기자는 본지에 입사하기 전 작은 인터넷 신문사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의 생활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입맛, 서울에서는 고향의 얼큰한 맛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 생활이 반년을 넘어가던 즈음 늦은 저녁 합정동을 취재차 방문했던 기자는 취재가 끝난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몇몇 식당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기자의 성에 차지않아 실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터벅터벅 발길을 옮기던 바로 그때 기자의 눈에 ‘옛날 생고기 김치찌개’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는 ‘생고기야 그렇다쳐도 옛날이라는데 다른 식당들이랑은 다르겠지’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시간이 많이 늦어서인지 당시 식당 안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김치찌개 가격은 6000원으로 아주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김치찌개를 갈구하는 허기진 기자에게 얇은 지갑사정은 안중에 없었다.
이윽고 나온 김치찌개는 다른 식당에서 뚝배기로 나오는 김치찌개와는 달리 냄비에 담겨져 나와 테이블에 설치된 가스레인지 위에 올라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찌개가 끓어오른 후 국자로 한 스푼 떠 올려진 내용물에는 씹으면 바로 말랑말랑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갈듯 한 돼지고기와 얼큰함이 코끝을 자극하는 김치와 국물이 기자에게 어서 입안에 넣어달라는 듯이 유혹하고 있었다.
이런 유혹을 마냥 거절할 수 없었던 기자가 김치찌개를 한 입 들이키는 순간 느꼈던 그 맛은 그때까지 쌓여있던 타향살이의 설움을 눈 녹듯 녹아내리게끔 했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해준 김치찌개에 비할 정도로 맛깔스런 김치찌개는 당시 기자가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먹어본 김치찌개 중에 '탑3'에 들어갈만 했다.
게다가 주방도 완전히 오픈돼있어서 반찬 재활용 우려를 없애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반찬도 딱 먹을만큼만 내주기만하고 맛도 아주 정갈하다.
당시 기자는 ‘만약 내가 맛집 기사를 쓰게된다면 이곳을 제일 먼저 취재하겠다’라고 결심을 했고 약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결심을 실천할수 있게 됐다.
기자에게 1년여전 큰 감동을 줬던 이 식당의 정식 명칭은 ‘텃골김치찌개삼겹살’로 합정동뿐만 아니라 마포구와 강남에도 체인점이 영업중에 있다.
찾아오는 길은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양화진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다. (02-3142-88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