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향토기업들이 연일 ‘갑질’ 논란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지역 소비자들의 민심을 잃고 있다.
▶금복주 '성 차별 기업' 불명예
대구·경북지역 주류업체 금복주는 결혼하는 여직원에게 퇴직을 강요했다가 여성단체 회원들의 항의방문을 받고 결국 공식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여전한 모습이다.
지난 2011년 금복주에 입사한 A씨는 결혼 소식을 회사에 알리자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퇴사를 종용하던 회사는 디자이너로 입사한 A씨를 판촉부서로 발령했고, 이에 굴하지 않고 A씨가 판촉부서에서 계속 일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회사는 업무를 배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집단 따돌림을 지시하는 등 인격적 모욕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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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금복주 홈페이지) |
결국 A씨가 지난 1월말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금복주는 지난 60여 년 동안 생산직을 제외한 여직원들이 결혼 후 근무한 선례가 없으며, 17년간 일해도 여직원들은 진급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A씨는 회사 역사 상 유일무이한 여성 주임 승진자였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전국의 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금복주불매운동본부는 '결혼퇴직 강요, 성차별 철옹성, 금복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에게 결혼퇴직 강요한 금복주는 법적 책임을 지고, 성평등 기업문화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해당 사건으로 대구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인 금복주를 지탄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전국적인 불매운동까지 전개됨에 따라 ‘참소주’, ‘금복주’, ‘순한참 등 인기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달 초 새롭게 출시한 ‘맛있는 참 벚꽃 스페셜 에디션’에 대해 네티즌들이 “절대 먹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견이 줄을 이을 정도로 반응이 좋지 않다.
금복주 한 관계자는 “여직원 A씨와 합의를 봤지만 복직은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여성단체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고 성평등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금복주는 향후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회장 및 임원들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향토기업 '줄줄이' 구설수
금복주 외에도 최근 전통 지역에 탄탄한 기반을 둔 향토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남 마산에 뿌리를 둔 대표적 향토기업 몽고식품과 무학 역시 오너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잇따라 곤욕을 치렀다.
창업 111년, 국내 대표 장수기업인 몽고식품은 지난 해 김만식 명예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결국 김 명예회장은 창원공장 강당에서 운전기사 상습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사죄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공식 발표했다.
몽고식품 사건으로 부글부글 끓는 민심이 채 가시기도 전 무학 최재호 회장 역시 자신의 수행기사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같은 향토기업이라는 것 외에도 사건이 터진 시기와 갑질 내용이 여러모로 몽고식품과 닮았다는 게 중론이다.
무학 측은 해당 수행기사가 돈을 뜯어내기 위해 허위 사실로 협박을 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사측은 제2의 몽고간장 사태로 비화되는 것을 강력히 경계했지만 이후 무학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 해 3분기와 4분기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터져 나온 오너의 갑질 논란이 회사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근에는 부산의 향토기업인 주류업체 대선주조가 삼보일배 가두행진으로 기업살리기에 나서 화제다.
지난 2007년 이른바 ‘먹튀 논란’ 이후 이미지가 실추되며 한 때 90%까지 올랐던 부산시장 점유율이 현재는 20% 후반대로 하락하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리자 대선주조 임직원들은 물론 부산지역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반성의 삼보일배’를 진행하며 돌아선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소비자들은 웬만하면 향토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 그만큼 친근한 이미지가 생명인데 오너 갑질 논란으로 실망감을 안기면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