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파격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근 점심시간 자율화·PPT(MS오피스 파워포인트) 사용 금지 등 신선한 시도에 나서자 젊은층들이 폭발적인 호응을 보내는 가운데 '조기퇴직'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새로운 인사제도, ‘승진연한 파괴’
일반적인 기업들은 승진연한 제도를 두고 있다. 승진을 위해 기본적으로 채워야 할 근무기간을 정해 놓는 것인데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역시 4·4·5·5의 승진연한을 사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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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2월 정 부회장은 인사제도를 개편하면서 모든 직급의 승진연한을 2년으로 줄였다. 또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승진심사는 기존 연 1회에서 연 3회로 늘렸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승진연한 제도 내에서는 부장까지 최소 18년이 걸리는 반면 이 제도가 없는 인사제도를 통해서는 이론상 최소 8년 이면 부장 진급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인사제도 혁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누리꾼은 ”기회로 볼 수도 있지만 회사가 배틀로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영화 <배틀로얄>은 무인도에 납치된 중학생들이 최후 생존자가 남을 때까지 펼치는 치열한 생존게임을 그린 영화다.
또다른 누리꾼들은 "인사 혁신으로 인한 조기승진이 조기퇴직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핫 키워드 ‘PPT 금지령’
우려 속에서도 정 부회장의 혁신 활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PPT 금지령이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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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
대표적인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인 MS오피스 파워포인트는 회의자료, 보고자료를 위해 많은 기업에서 흔히 사용한다.
정 부회장은 SNS에서 “파워포인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PPT를 줄이면 우리는 귀중한 시간을 생각과 대화에 더 쓸 수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대외작성용 문서를 제외한 사내의 모든 문서를 수기나 엑셀로 정리하도록 했다.
젊은 누리꾼들은 정 부회장의 PPT 금지령에 폭발적인 지지를 보냈다. 정 부회장이 PPT금지령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현재 ‘좋아요’만 1만4,000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PPT 금지령 이후 보고서 간소화, 회의시간 단축, 인쇄용지·잉크 소모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알리기도 했다.
▶비즈니스룩, 점심시간에 대한 상식 ‘허물어’
특히 딱딱하고 보수적으로 소문난 금융회사에서 정 회장은 캐주얼 복장을 허용하면서 다시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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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
올해 1월부터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직원들은 단정한 캐주얼룩까지 허용되는 ‘뉴오피스룩’ 제도에 따라 복장을 갖추고 있다.
규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단정한 데님이나 스니커즈는 허용하되 외부사람들과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참석이 가능한 수준으로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이달 초부터는 점심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획일적인 점심시간을 없애는 대신 언제나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식사 및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를 ‘근태중심에서 업적중심관리로 서서히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뉴오피스룩 도입은 현재 4개월이 지났다”면서 “제도 시행 전 직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업무환경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지만 그 누구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달라진 조직문화에 대한 후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