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테이크 파이브'서 식사후 선·정릉 숲속을 산책하다
가수 싸이가 작사 작곡한 '강남스타일'이 강렬한 비트와 재치 넘치는 가사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어가면서 요즘 웬만한 패러디와 유행어에는 강남스타일이란 말이 꼭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낮에 따사로운 한잔의 커피와 브런치의 여유를 즐기면서 강남 한복판에 있는 고즈넉한 숲속으로 떠나는 강남스타일 투어는 어떨까?
아는 사람은 알지 몰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강남에 숲속이라니?'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강남 선릉역 인근에 엄연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숲이 있다.
노는 동네처럼 보이는 강남이지만 조용하고 산새 지저귀는 정숙한 숲을 간직하고 있다.
보기보다 경사가 울퉁불퉁하고 숲이 길어 '갈데까지 가볼까' 하고 갔다간 중도에 쉬이 지쳐버릴수도 있는 강남스타일 투어를 떠나보자.
◆테이크 파이브에서의 '브런치와 아메리카노'
요즘 강남에서 브런치를 먹으려면 웬만하면 1만5천원 이상이고 2만원 넘는곳도 적지않다.
강남 한복판 풀벌레 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에서 9,800원에 괜찮게 나오는 브런치와 아메리카노를 즐길수 있다면 반신반의 할 사람이 많겠지만 실제로 있다.



선·정릉 공원 건너편에 있는 '테이크 파이브'에 가면 그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네시까지만 주문할수 있고 토일요일 오후 네시 이후와 평일엔 주문이 안되는게 흠이지만 토요일 점심이나 일요일 가볍게 점심을 먹은 후 조용한 숲속에서 산책을 하고 싶다면 딱 추천할 만한 곳이다.
필자가 찾아간 때는 8월 무더웠던 어느 토요일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평일엔 밤늦게까지 북적대는 곳이지만 이날은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아 건너편 울창하게 우거진 숲속의 나무들을 보면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수 있었다.

이곳 브런치는 베이컨·소시지 구이, 프렌치 토스트 또는 와플(택1), 에그스크램블, 익힌 토마토 및 야채 샐러드와 에스프레소 계열 커피 한 잔으로 구성돼있다.
9,800원을 내고 먹기에는 너무 착한 가격이다.
주문후 20여분이 나온 요리는 성인 남자가 한 끼 식사로도 먹기엔 충분한 양이면서도 맛도 여느 레스토랑의 음식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도 착하고 맛도 있으니 별로서 평점을 매기라면 당연히 ★★★★★다.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를 참 예쁘게도 반반씩 정확히 갈라서 넣어놓아 찍어먹기 아까울 정도다.
커피의 경우 생두를 로스팅한 후 2,3일의 향미 안정화시간을 가짐으로써 아메리카노는 참 구수하면서도 감칠맛 난다.
필자는 여기서 먹어본 에그스크램블이 너무 맛있어 나중에 직접 만들어봤는데 아무래도 식감이나 맛이 테이크파이브보다는 못한것 같았다.

※ 찾아가는 길 : 포털에서 지도검색창으로 돌린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2-7 엘지에클라트 A동 1층'을 입력하면 자세히 나온다.
도보로 올 경우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100미터 정도 직진후 왼쪽 2차선길로 좌회전했다가 50미터 정도 직진해 막다른 길이 나오면 다시 오른쪽으로 우회전해 10미터정도 가면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전화 02 563 7374)
◆ 강남 중심에서 피톤치드를 들이키다
테이크 파이브에서 브런치와 한잔의 커피의 여유를 즐긴후 오후 4시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런치 카페에서 왼쪽으로 공원옆길 따라 400~500미터쯤 가니 선·정릉 입구(매표소)가 나왔다.
입장료는 1인당 1,000원으로 밤8시까지 표를 팔며 9시까지 공원안에 머무를수 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휠체어도 여러대 준비돼있으니 넉넉한 주차공간에 차를 대놓고 온다면 불편없이 숲속을 산책할수 있겠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별천지가 펼쳐진다.
밖은 분명히 왁자지껄한 강남인데 울타리 하나 차이로 갑자기 산속에 들어온 느낌이다.아니 느낌이 아니라 실제 산이다. 다만 크게 높지 않을 뿐...
울창한 숲은 머리위까지 등나무 그늘처럼 촘촘히 둘러싸여있어 햇빛 조차 들어올 틈새가 별로 없다.
숲속길을 따라가다보면 왼쪽에 제실이 나온다. 제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는 제실이지만 사람이 별로 없어 어느 시골마을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제실 주변에는 감나무와 포도나무 들이 듬성듬성 있는데 이들을 보노라면 머리속이 시원해지면서 마음의 때를 구석구석 샤워하고 씻어내는 기분이다.
중간에 몇군데 갈래길이 있지만 어디로 가나 결국은 공원 숲속을 한바퀴 돌게 돼있다.
곳곳에 나무가 많은 비탈길을 오르다보면 숲속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피톤치드란 물질이 많이 나오고 있는게 분명했다.
원래 산속에는 죽은 동식물이 많이 쌓여가고 이들이 부패하면 썩은 냄새가 진동해야 하는게 맞지만 피톤치드란 물질이 이들을 정화함으로써 숲속 고유의 상쾌함을 선사하게 되는 것이다.
피톤치드로 삼림욕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피부에 좋지않은 물질을 정화시켜주어 아토피 피부염에 좋은 등 그 효능은 생각보다 크다.
잘다듬어진 숲속길을 따라가다보니 개울물도 보인다. 아하 그래서 여름밤에 공원 옆길을 지나면 수많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구나.
어렸을때 밤에 논길 옆을 걷다보면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크다 못해 웅장했었는데 그때의 감동이 강남 한복판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중종대왕의 릉을 지나 산길을 걸은후 다시 성종대왕의 릉에 다다른다.
조선은 9대 성종조에 이르러 경국대전을 반포함으로써 중흥을 이루게 된다. 경국대전의 완성으로 조선의 제도와 통치기반이 완성됐으며 성종 재임 기간에 악학궤범 동문선 삼국사절요등 출간되는 수많은 문화와 문물이 꽃피우게 된다.
성종은 선왕인 예종의 급작스런 서거로 12세(1470년)에 왕위에 올라 1494년까지 세종을 빼면 가장 오랜 기간인 25년간 통치를 하면서 그 묘호(廟號)가 상징하듯이 여러 업적을 이룸으로써 왕조를 안정적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성종은 우리나이로 38세에 승하했는데 조선 임금의 평균수명인 43세보다는 단명한 편이었으며 얼마전 한 케이블 종편의 한 사극에서 재조명돼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울창하고도 빽빽한 숲에 대한 감탄이 채 사라지기도 전, 두어시간에 걸친 산책 겸 등산(?)을 끝내고 나니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온다.
모두 합쳐1만800원이 소요된 브런치 후 등산겸 산책 코스는 필자가 다녔던 산들의 정상 등정 기쁨과 하산길 한잔술의 즐거움에 못지 않았다.
짧은 등산 겸 산책이다보니 남은 토요일 오후를 다른 여가에 활용할수 있었던 것은 이 투어가 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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