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식품업계가 새로운 웰빙식품의 기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할랄·코셔’ 등 국제 인증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공통 관심사다.
최근 주목받는 할랄, 코셔 등 해외 인증 제도는 원재료부터 제조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위생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식품 수출 불모지로 꼽히는 중동과 동남아 등의 식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국제 인증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내 식품업계는 인증 획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새 먹거리’ 할랄·코셔 시장 3,000조 원
23일 업계에 따르면 할랄 식품은 세계 식품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20억 명, 할랄 시장 규모는 2조3,000억 달러(한화 약 2,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할랄(HALAL)은 ‘허용된’ 뜻하는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재료와 허용된 조리법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일컫는다.
▲ 대상은 천일염 코셔 인증을 위해 랍비 방문실사를 진행했다. |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돼지고기와 알코올이 섞이지 않은 음식, 이슬람의 율법대로 도축된 고기를 사용해야 하며 모든 생산라인이 비인증 제품과 별도로 보관돼야 하는 등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코셔' 인증 획득은 ‘할랄’ 보다 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코셔(Kosher)는 ‘합당한', '적당한'이란 뜻으로 유대교율법에 따라 청결한 환경에서 재배된 식재료를 사용하고 조리 과정에서 엄격한 위생 상태를 지켜 만들어진 식품을 뜻한다.
전 세계 유대인 인구는 1,400만 명이며,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한화 약 300조 원)에 불과해 할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는 코셔 인증이 안전한 식품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인증 제품 출시 잇따라…전 세계 보폭 넓히기
국내 식품 기업들은 할랄과 코셔 인증을 획득하고 글로벌 진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8월 KMF(한국이슬람중앙회 할랄인증)을 통해 주스 브랜드 2종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할랄인증 기관인 MUI로부터 조제분유와 멸균유,주스 등 3종 6개 제품을 인증받았다.
최근 아워홈에서 출시한 ‘손수 아삭김치’와 ‘손수 전통 재래김’ 역시 원산지 증명, 잔류농약 분석, 방사능 검사 등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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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워홈이 신규 출시한 할랄 인증 식품 ‘손수 아삭김치’와 ‘손수 전통 재래김’ |
앞서 지난 2012년 아워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이슬람시장 개척(수출)을 위한 인증시스템 구축 및 상품개발’ 대상 기업에 지정돼 김치, 김, 커리 등 자사 제품 9종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국내 대기업 최초 할랄 인증 한식레스토랑 ‘니맛’을 인천공항에 오픈했다.
지난해 카페베네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로서는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카페베네는 말레이시아 인증기관 자킴(JAKIM)으로부터 원두 6종과 파우더 9종을 인증받으며 향후 이슬람 문화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전용 ‘마마수카(MAMASUKA)’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할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 2011년부터 할랄 인증 제품 수출을 시작한 대상은 마요네즈, 김, 맛소금, 스낵 등 지금까지 총 23개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대상의 할랄제품 수출액은 2011년 약 6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50억 원으로 9배 가까이 성장했다. 수출 외에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할랄 제품 매출도 3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지난 2011년 대상은 '신안섬보배' 천일염을 통해 국내 업계 최초로 코셔 인증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인증을 갱신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청정자른미역' 제품이 코셔 인증을 받았다.
대상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현지 유통망 등 한계로 인해 해외매출의 극적인 확대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코셔 시장의 유망성, 해외진출 초기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형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코셔를 중요한 인증으로 보고 매년 갱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팔 걷어붙였다
수출 부진에 골머리를 앓던 정부가 할랄·코셔식품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5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했다. 이는 농식품 수출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 올 1분기 농식품 누적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9% 증가한 1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일본·중국 등의 주력 시장의 수출 감소폭이 감소한데다 할랄 시장 등지로 수출이 대폭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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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랄 인증 받은 대상(주) 인도네시아 마마수카 김 |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식품부는 할랄·코셔 식품 시장의 성장에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할랄식품 수출 확대 대책’을 수립한 후, 할랄 식품시장(4개국)·코셔 식품시장(3개국) 진출 가이드 제작·배포, 수출 상담실 운영, 인증 비용 지원, 이슬람 국가 K-Food 페어 개최 및 안테나숍 운영 등 국내 기업들을 지속 지원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현재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친환경, 로하스 등 국내 인증 제도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면서도 "해외를 바라보는 식품기업은 시장 공략과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글로벌 인증 획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셔나 할랄 인증은 국내 인증보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인증 획득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