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er Script
[기자수첩] 기승전 '소비자', 왜 나만 갖고 그래
[기자수첩] 기승전 '소비자', 왜 나만 갖고 그래
  • 이용석 기자
  • 승인 2016.06.28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요즘 ‘기승전OOO’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논리나 흐름이 문제없이 잘 이어지다가도 결론은 엉뚱하게 정해진다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요즘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딱 이 처지다.

지난해 디젤차는 ‘클린 디젤’로 불리며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차량과 함께 4대 친환경차로 불렸다. 정부도 나서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세금 감면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시장에서도 수입차를 중심으로 디젤 모델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국내 완성차 업계도 잇따라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디젤차는 없어서 못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후 폭스바겐 배출가스 논란이 터지자 디젤차에 대한 인식은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최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디젤차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클린 디젤’의 허상이 벗겨지자 그 화살이 엉뚱하게도 소비자에게 돌아왔다. 정부는 디젤엔진 사용을 줄이기 위해 경유값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아주 손쉽게.

원인도 알 수 없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까지 왔고, 배출가스 조작은 폭스바겐이 했으며, 그런 '클린 디젤'을 추천한 것은 정부이다.

그런데 경유값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어떻게 이런 셈법이 가능한가. 소비자들은 아직 삼겹살과 고등어는 구워서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상황은 또 있다.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대는 물론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약 162만 곳이 정전됐으며 사태 진정에는 5시간이나 걸렸다.

이 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전국적인 정전사태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에너지 절약에 동참했다.

전력 수요가 많은 2~5시에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실내는 26도를 유지,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뽑아 놓는 등 생활 수칙을 준수했고 현재도 지키고 있다.

뿐만아니라 소비자들은 일정 용량을 초과하면 급격하게 요금이 증가하는 누진제 때문에 마음을 졸이며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현행 누진제 하에서 55kWh와 550kWh을 사용했을 때 사용량은 단순히 10배 차이지만 실제로 내는 요금은 42배 차이가 난다. 그야말로 폭탄이다.

전세계에서 전기 요금 누진제를 사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얼마나 전기를 많이 사용하길래 이런 가파른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일까.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체 전기소비량 중에서 주택용 전기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6위에 불과했다.

알고보니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전기소비량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소비량은 전체의 55%에 육박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일반 가정들의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했다고 국가 정전 사태가 벌어질 정도라면, 당장 국가 전력 수급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절약이 필요하다면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 전기 요금에 대한 인상이 필요한 것 아닌가.

어떻게 에너지 절약에 대한 책임이 소비자에게만 있을 수 있을까.

정부는 기-승-전-소비자로 책임을 묻기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개선에 나서야 한다. 특히 최근 부도덕한 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 7길 36 2층 512~515호
  • 편집국 : 02-508-3114, 사업부 : 02-508-3118
  • 팩스 : 070)7596-202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석
  • 법인명 : (주)미디어넷
  • 제호 : 컨슈머치
  • 등록번호 : 서울 아 02021
  • 등록일 : 2012-03-15
  • 발행일 : 2012-03-07
  • 발행인 : 고준희
  • 편집인 : 고준희, 이용석
  • 사업자 등록번호 : 220-88-33796
  • 컨슈머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컨슈머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onsumuch.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