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원유가격연동제’에 발목이 묶여있던 우유 원유값을 3년 만에 인하하기로 결정됐지만 유업계는 소비자가격 인하를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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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제품들(사진=김은주 기자) |
낙농진흥회(회장 이근성)는 지난달 29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올해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에서 구입할 원유 기본 가격을 전년보다 18원 인하한 922원/ℓ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우유협동조합(조합장 송용헌, 이하 서울우유)이 자사 직원들의 월급을 우유로 대신 지급한 이른바 ‘우유페이’ 논란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뒤 국내 우유시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돼 왔다.
저출산 여파로 우유 주요 소비층인 유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생산량은 오히려 계속 늘어 우유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넘기면서 유업계는 장기간 원유 과잉 공급에 시달렸다.
여기에 지난 2011년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는 유업계의 족쇄가 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결국 낙농진흥회는 생산자 대표와 유업체 대표, 학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설치하고 최근 한달 간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개선 이후 처음으로 가격결정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착석, 지난해 인상 유보액(15원/ℓ), 소비자물가 변동률, 어려운 원유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3년 만에 들려온 원유 가격 인하 소식에 소비자들은 당장부터 저렴한 가격에 우유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체감 가능한 소비자가격 인하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유업체들이 소비자가격 인하 결정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
서울우유의 한 관계자는 “원유값이 각 제품에 미치는 영향과 원유가 이외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의 변동은 어떤지 등 여러 가지 사항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도 원유가격 인상 발표가 있은 뒤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소비자가격 인상이 이뤄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역시 낙농가의 원유 가격 인하 취지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섣불리 가격 인하를 결정할 수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낙농가가 적극적인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이번에 원유가를 내리는 결단을 내렸으니 우리도 해당 취지에 맞춰 적극 동참하는 노력은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소비자가격 인하 여부는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유업체들의 적자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원유 값이 18원 내려간다 해도 기껏해야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수준이지, 수익을 내는 구조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며 “또한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등에서 할인판매 되고 있는 제품 위주로 우유를 구매하고 있어 가격을 내린다 해도 체감 폭이 현저히 작을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