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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니버터칩에 비친 꼬꼬면의 그림자
[기자수첩] 허니버터칩에 비친 꼬꼬면의 그림자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6.07.2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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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인생사처럼 제과업계도 새옹지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제과업계는 더욱 그러하다.

2014년 여름, 해태제과가 내놓은 허니버터칩은 그야말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대박' 아이템이었다.

당시 해태제과가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소비자들은 허니버터칩을 한 번 영접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고, SNS에는 연일 귀한 몸 '허니버터칩'을 만난 이들의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잠시 시간을 돌려 2011년으로 가보면 이와 같은 열풍을 이끈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팔도 '꼬꼬면'이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 이경규가 개발한 이 라면은 팔도에서 출시하자마자 불티나듯 팔려나갔고, 품귀현상을 빚으며 시장점유율 20%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꼬꼬면은 빨간 국물이 지배하던 국내 라면시장에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젖혔다.

당시 팔도는 갑자기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거액을 들여 공장을 증설해 2012년 5월 완공했다.

문제는 완공 시점부터 시작됐다.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던 시장점유율은 거짓말처럼 곤두박질쳤다. 출시 1년, 한 때 점유율 20%를 차지했던 꼬꼬면의 시장점유율은 1%가 됐다.

당시 증권가는 팔도의 신규 공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고, 완공 무렵 꼬꼬면 판매량 추락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재 팔도가 신설한 공장은 멈춰있는 상태다.

그런데 지난 5월 해태제과는 신규 공장을 완공했다.

준공 당시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이 연매출이 1,8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공장 증설로 단숨에 연 매출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브랜드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팔도와 오버랩 되는 해태제과의 신규 공장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가장 큰 문제는 허니버터칩의 최대 장점이었던 '희소성'이 이제 사라졌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의 등장에 열광했고,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간절했다. 하지만 출시 1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맛은 어느 덧 익숙해졌고, 공급이 늘며 희소성은 사라졌다. 과거의 열풍도 지난 일이 됐다.

지난 5월 공장 증설은 허니버터칩이 아닌 감자칩 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만약 허니버터칩이 언제든지 '한 때 유행했던', '이제는 알고 있는 맛의' 과자 정도로 전락한다면 신규 공장 증설은 결코 좋은 투자로 볼 수 없다. 

팔도 꼬꼬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투자 타이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유행이 급격하게 변하는 식품업계에서 투자 시기를 조정하는 일이 더욱 세밀해야만 한다.

해태제과의 이번 공장 증설이 정말 좋은 시기에 한 효과적인 투자였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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