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식품·유통업계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드는 가운데 유독 제과업체만이 과자값을 인상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불황이 불러온 ‘가격인하 바람’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유통업계에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대형 백화점들의 여름 정기세일이 실시됐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은 고액의 경품을 내걸며 고객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여름 정기세일의 집객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백화점들은 명품까지 할인 품목에 포함시켜 대규모 할인 행사를 다시 펼치고 있다.

패스트푸드업체 KFC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여 출시한 ‘매직박스’를 행사가 아닌 상시 메뉴화하기로 결정했고, 18년 동안 변동없었던 제품 가격을 17.9% 낮추기로 했다.
제과업체 오리온은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나섰다. 포장의 크기를 줄여 가격을 인하하고 제품의 용량을 늘려 공급하기로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진행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철학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A씨는 “요지부동이었던 패스트푸드업계까지 가격 인하를 하고 나선 것을 보면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이 실감난다”면서 “가격이 인하돼 쇼핑, 외식 부담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 트렌드 속 역행 제과업계
반면 오리온을 제외한 다른 제과업체들은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달 초 해태제과는 자일리톨껌, 후렌치파이, 에이스, 아이비 등을 포함한 9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롯데제과, 지난달 크라운제과도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23일 농심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새우깡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100원(9.1%) 올랐고 양파링과 꿀배기 등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100원(7.7%) 올랐다. 이를 포함해 주요 스낵류 15종의 가격이 평균 7.9% 인상됐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최근 3~4년 간 가격 조정이 없어 원가압력이 감당키 어려운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여력이 있는 개별 제품에 대해서는 양을 늘리는 등 고객 가치 환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2년 반 만에 하는 인상으로 그동안 물류비, 인건비, 제품 개선 비용, 원재료 값 등 여러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하나하나 공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번 인상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려하는 라면 인상은 당분간 없으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SK증권 김승 연구원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약 60억~70억 원 늘어날 것”이라며 “가격인상 초기 가격저항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감안하면 스낵가격 인상 효과는 올 4분기부터 일부 반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