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 하반기부터 다수의 금융권 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 가능성과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숙원인 민영화를 연내에 끝마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이광구 행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만료된다.
지난 2014년 12월 취임한 이 행장은 조기 민영화 달성의 의지를 반영해 스스로 3년에서 2년으로 임기를 줄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 |
최근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 방향이 결정되면서 차기 행장 선임은 매각 작업 이후로 미뤄졌다.
민영화 일정이 늦어지게 되면 자동으로 임기가 연장돼 대리 행장을 맡다가 내년 3월 주총을 통해 차기 행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과점주주들이 이사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행장 선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 행장이 수차례 기업설명회(IR)를 열어 투자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점과 우리은행의 실적 개선한 점 등의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 가능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12월 똑같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업계의 화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지상과제가 ‘민영화 성공’이었다면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올해 몰두했던 과제는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이었다.
기업은행이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서명을 받은 결과 89%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조와의 합의없이 이사회 의결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동의서를 요구하는 등 강압적인 방식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진행했다는 불만과 잡음이 끊임없이 터졌다.
일각에서는 취임 초기 ‘마더 리더십’을 통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권 행장이 연임의 발판을 마련하려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였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꿰차면서 화제를 모은 권 행장은 이후 기대에 걸맞은 괄목할 만한 실적 상승을 이뤄 내며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과거 남편 회사에 억대의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구설수에 오르면서 권 행장의 평판에도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기업은행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이하 ‘ISA’) 수익률 부풀리기 의혹까지 겹치며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먹구름이 끼였다.
신한금융지주의 새로운 회장 자리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의 한동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면 만료된다. 만 68세인 한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의 CEO 나이 70세 제한 규정에 따라 재연임 없이 물러나게 됐다.
계열사 중 맏형 격인 신한은행을 이끄는 조용병 행장은 어려운 업황 속에서 견조한 실적을 이뤄내며 리딩뱅크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6일 신한카드 사장에 위성호 사장이 연임되면서 후보군의 윤곽이 확실해졌다. 위 사장은 빅 데이터경영을 통해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우수한 성과를 통해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신한카드의 위상을 확고히 한 점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는 차기 회장직을 놓고 조 행장과 위 사장 2파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신한은행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전적이 있어 이번에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재대결에 업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형국이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과 함께 관련 절차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한 회장의 경우 1년 정도 재임을 할 수 있지만 깔끔하게 임기를 끝내고 싶어하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고사한 것”이라며 “이후 차기 회장으로 외부인사가 갑자기 뚝 떨어져 들어오는 게 아닌 이상 두 사람 중 누가 되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