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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데없는 인질극' 기업은행이 만든 촌극
[기자수첩] '난데없는 인질극' 기업은행이 만든 촌극
  • 김은주 기자
  • 승인 2016.09.23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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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기다리지 마. 회사에 갇혔어ㅠㅠ오늘 아예 집에 안 보내줄 태세야ㅋㅋ”

지인의 하소연이 담긴 메시지다. 초유의 사태다. 어느 목요일 저녁 피곤에 찌든 직원들이 집에 가지 못한 채 회사 울타리 안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은행권 총파업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 IBK기업은행에서 벌어진 촌극 혹은 참극이다.

은행에 강도가 들어 인질로 잡힌 것도 아닌데 이들(누군가의 친구, 남편, 딸)이 저마다 퇴근 후 저녁 약속도 취소하고, 새벽 늦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유가 황당함을 넘어 당황스럽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21세기 기업문화 속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1차원적 수준의 폭력적·야만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렇다. IBK기업은행은 은행원들에게 다음 날(9월 23일) 예정된 금융노조 총파업에 불참할 것을 회유 및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퇴근까지 막으며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엄연히 노동자 불법 감금이나 다름 없는 일이 행해졌고, 이 때문에 전국 기업은행 지점 몇몇 직원들이 늦게까지 사무실에 발이 동동 묶였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사측에서 각 지점마다 파업 참가자 명단 제출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지점의 파업 참가자가 50%를 넘게 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이를 어기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지방 어느 지점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파업 현장으로 가려던 직원들을 지점장이 막아세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와 동시에 명단 제출을 거부한 전국 몇몇 지점 직원들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은행에 갇혀 있는 당시 현장 사진이 SNS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고, 기업은행의 도를 넘은 무리수 행태에 많은 네티즌들이 제 일처럼 분노했다.

실제로 인터넷에 ‘기업은행 감금’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분노를 넘어 참담할 정도의 슬픔과 울컥함이 밀려온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물론 사측은 상황과 다르게 연출된 사진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다. 말이 엇갈리니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업은행의 직원 감금(?)사건에 분노하며 성토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주거래 은행을 기업은행에서 타 은행으로 당장 갈아타겠다는 내색도 적지 않다.

잘못된 기업의 선택, 혹은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기업은행의 이미지에 ‘총파업’ 여파보다 더 큰 치명상이 가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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