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법 적용과 해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금융권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인 공무원·교사·언론인 외에 은행원과 보험사 직원들도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규정을 따져보면 정부가 위임한 권한이나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인도 '공무수행사인'으로 보고 법률 적용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은행원의 경우 외환 거래, 국고 수납, 주택기금 업무 등 공공기관을 대신해 광범위한 정부 위탁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
이에 지난달 말 은행연합회는 은행원이 '공무수행사인'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황이다.
또한 손해보험사의 대인보상 담당 직원도 김영란법 영향권 안에 속하게 됐다. 정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 업무 역시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은 뺑소니 또는 무보험 자동차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피해자가 어디에서도 전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해당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를 목적으로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다.
현재 총 13개 손해보험사가 보장사업을 위탁 수행하고 있는데 위탁사업만 전담하는 직원이 없다 보니, 대인보상 직원 2,080명 전원이 김영란법 대상자에 속하게 되면서 손해보험협회가 보험사에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뿐만 아니라 김영란법 시행 열흘이 지나면서 매뉴얼에 속하지 않는 애매한 사례들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에버랜드가 군인이 김영란법 저촉 대상인지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군장병 무료 이용 혜택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가 의무 복무 중인 군인에 대한 혜택은 유지하기로 방침을 다시 바꿨다.
사측이 직접 권익위에 질의한 결과 '종전처럼 혜택을 제공해도 된다'는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사회적 공헌 등의 목적에 따라 특정 직업군에 대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상규상 허용된다"고 허용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애매한 사례가 넘쳐나면서 권익위에는 유권해석에 대한 질의가 하루 평균 170건씩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정된 인력때문에 권익위의 업무 처리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고 답을 구하는 기업·단체·개인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안에 이어 김영란법 시행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무엇이든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영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적용대상자에 대한 유권해석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