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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LG옵티머스를 처음 본 시기는 일본에 어학연수 및 개인사정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일본 현지 지인 중 한국인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옵티머스를 구입했다고 내게 자랑을 했다.
그분과는 굉장히 소원한 사이였기 때문에 '고장이나 나버려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이 기도는 그 아저씨 뿐 아니라 한국에서 옵티머스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이 된 모양이다.
최근 한달여새 본지에 제보된 옵티머스 기기불량만 6건에 이른다.
어떤 제보자는 중국에 출장을 떠나 그곳에서 체크해야 했던 물품들을 옵티머스로 촬영하던 도중 기기가 문제를 일으켜 모든 파일이 날아가 버렸고, 다른 제보자는 휴대폰이 멋대로 종료가 되더니 스스로 초기화가 되버리는 놀라운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이 정도로 제보가 들어오다보니 본지에서는 리콜을 시도해보자는 논의가 일어났고, 휴대폰 담당인 기자는 리콜을 위한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차량리콜에 대한 기사만 검색될 뿐 일반 제품 리콜 절차를 찾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법제처에서 리콜 절차에 대해 알 수가 있었다.
법제처에 나와있는 리콜 절차에는 사업자 스스로 리콜을 진행하거나, 소비자가 정보를 수집해 사업자에게 리콜을 요구하는 경우, 그리고 지자체에서 사업자에게 리콜을 권고하는 경우가 소개돼 있었다.
여기서 소비자는 사업자에게 리콜을 요구하거나 지자체에 민원을 접수해 리콜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사업자 측인 LG전자에서는 본지 취재결과 “옵티머스 불량 건으로 접수된 민원이 그리 많지 않다”며 리콜을 시행할 의지가 없음을 나타내 기자는 지자체에 문의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흔히들 소비자 문제와 관련된 지자체라고 한다면 소비자원을 떠올린다.물론 소비자원은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다.
아무튼 기자는 소비자원에 리콜절차와 필요한 서류 등을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소비자원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거나 “잘 모르겠다”라며 기자를 애태웠다.
기자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어 서울시 다산 콜센터, 방통위, 기표원, 공정위 등등 여러곳에 문의를 했지만 그들의 공통된 답변은 “그것은 소비자원 관할”이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한 기자는 굳은 결심을 하고 소비자원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예상과 다르지 않게 소비자원은 “잘 모르겠다”와 “우리관할이 아니다”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자가 “다른 곳에서는 모두 소비자원 관할이라고 한다”며 집요하게 추궁한 결과 소비자원 측은 말끝을 흐리며 “우리는 권고만 한다”라고 답했다.
기자는 “소비자원이 권고를 한다면 그 전의 절차, 소비자가 소비자원에 리콜을 요구하는 그 절차를 알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하자 소비자원은 “우리는 안전과 관련된 리콜만을 취급한다”며 자꾸만 회피하려고 했다.
분명히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는 리콜이 적용되는 기준을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제조·설계 또는 표시 등의 중대한 결함’이라고 나와있다.
기자가 이 조항을 거론하며 추궁하자 소비자원은 “그래서 누가 다쳤습니까?”라며 자신있게 답변했다.
분명히 신체 뿐 아니라 재산상의 위해에도 리콜이 적용된다고 나와 있지만 그들은 과중한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난독증을 앓고 있는지 재산상의 문제는 깡그리 무시했다.
출장을 떠나 기록한 자료들이 모두 지워지는 피해를 본 제보자의 사례를 제시했는데도 그들은 “정확한 재산상 피해 내용이 없다”며 무시했다.
소비자원과의 통화를 계속하던 기자는 마치 외국인과 유로존 붕괴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장시간 토론이라도 한 것처럼 진이 다 빠졌다.
현재 소비자는 분명히 피해를 입은 상태임에도 “누가 다쳤나”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소비자원을 볼 때 이름이 왜 ‘소비자원’인지 이해가 안갔다. 생각같아선 ‘기업원’이나 ‘귀차니즘원’으로 바꾸는 것이 어떤지 진지하게 권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갑니다’라는 문구가 제일 처음 눈에 띈다.
그냥 딱 한마디만 하겠다.
“퍽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