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이를 반대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최근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해 화제다.
당장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업계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진의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는, 사실상 단종을 발표하면서 이 충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엘리엇, 삼성전자 인적 분할 요구
지난 5일, 엘리엇매니지먼트 계열의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삼성전자 측에 ‘삼성전자 주주가치 증대 제안서’를 보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 제안서를 통해 삼성전자에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나스닥 상장, 특별배당 혹은 1주당 24만5,000원 배당 지급, 사외이사 선임, 금산분리 등을 제안했다.
발표 직후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증가하면서 이틀 간 삼성전자 주가는 5% 이상 상승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의 주가도 당시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977년 폴 엘리엇 싱어가 설립한 헤지펀드로, 행동주의 투자자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수한 후 주주로 등재해 지배 구조 개선, 구조 조정 등 기업 경영에 관여해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사용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 당시 주주가치가 손상된다며 합병을 반대하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윈-윈 전략’ vs '다른 의도 있다‘…숨은 뜻은?
엘리엇의 제안에 업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엘리엇이 지주회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던 삼성전자에 지배구조 개편 명분을 줬다는 업계 평가가 다수다.
이익만을 추구하며 경영권 침해 등 기업 입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대표됐던 기존 헤지펀드들의 요구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삼성그룹이 받아들이기 좋은 조건들이라는 것.
반면, 엘리엇이 삼성전자 측에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명분을 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시선도 있다.
특별배당 30조 원 요구는 삼성 측에 있어 무리한 제안일뿐더러, 향후 엘리엇이 사외이사를 장악해 삼성전자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고, 현금배당도 늘려 이익을 챙길 것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법률 상 이달 있을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엘리엇이 의안 제안 등에 참여할 수 없지만 내년 3월에는 이 자격을 갖추기 때문이다.
현재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분의 0.62%(지분 가치 1조4,000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7' 사태…영향은?
엘리엇의 예상밖의 제안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은 것도 잠시 삼성은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이라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이틀 동안 9.4% 하락하며 일단락 된 모습"이라고 평가하며 "갤럭시 노트 7 사태가 주주의 신뢰를 떨어뜨려 불편한 상황이지만, 경제민주화 법안 발의 등 정치권 상황이 변하지 않는한 삼성의 지배구조개편을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명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불가’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상, 시장 기대감은 계속될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수혜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IPO, 삼성SDS 물류사업 인수 가능성 등 다른 이벤트도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