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해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깊은 부진의 터널에 갇힌 채 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6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 받아 든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부정적 전망이 잇따랐던 시장의 예상보다 더 처참한 성적표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81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9.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5.7% 감소한 22조837억 원을 기록했다. 경상이익(1조4,947억 원) 및 순이익(1조1,188억 원)도 각각 12.4%, 7.2% 줄었다. 자동차 판매량은 108만4,674대로 3.3% 감소했다.
1~9월 누적 실적도 부진했다. 매출액은 금융부문 매출이 늘며 69조1,1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늘었지만 신차개발 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4조1,723억 원을 기록해 13.8%나 떨어졌다.
‘아우’ 기아자동차의 3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된 것은 마찬가지다. 매출 12조6,988억 원, 영업이익 5248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1%, 22.5% 쪼그라들었다.
기아차의 3분기 전체 판매량은 68만4,32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9% 늘었지만, 내수 판매는 11만9,026대로 전년동기대비 11.5%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3분기에는 파업으로 인한 국내공장 생산 차질 영향이 매우 컸다”며 “4분기에는 판매 및 수익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동의 옛 한전 부지를 감정가에 세 배에 달하는 10조 원에 무리하게 매입한 이후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던 주가도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0위 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여러 가지로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악재 또 악재…장기적 관점 해결책 ‘시급’
증권가에서는 일찌감치 현대차가 올 3분기 저조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내수부진,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돌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파업으로 인한 국내공장 생산 차질은 3분기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공장 가동률이 파업 여파로 65%까지 하락해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와 SUV 출하에 차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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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에 따른 판매비용 증가, 친환경차 판매증가에 따른 R&D 부담요인 등이 실적부진의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자동차업계가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중국시장에서도 로컬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자리를 위협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현대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자 결국 현대차 및 그룹 계열사 임원 1,000여 명이 자진해서 월급 10% 삭감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비용절감을 위해 십시일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현대차 측은 또한 이번 신차 출시에 어느 때 보다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현재 직면한 위기 상황에 돌파구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신형 그랜저(IG)가 지난 2일 사전계약 개시 하루 만에 계약대수 1만6,00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달성하는 등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4분기 신형 그랜저가 국내 시장에 출시되고 중국 창저우공장에서 위에나(신형 베르나)가 출시되는 만큼 신차효과를 최대화할 것”이라며 “수요가 늘고 있는 SUV 및 제네시스 모델의 공급 증대 등을 통해 판매 확대는 물론 상품 믹스 개선을 이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경쟁사 대비 R&D 투자금액이 적고 매출액 대비 비중도 낮아 향후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미래기술 대비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임금삭감 및 신차효과와 같은 단기적 해결책 외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전년도 기저효과 및 국내공장 가동률 회복 등에 따라 영업이익 성장세 전환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9월말 글로벌 재고수준(미국 3.4개월, 유럽 2.6개월)과 이머징마켓 수요부진, 내수부진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파업 이후에 국내공장 가동률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벌써 내년 파업이 두렵다”며 “지난2013년부터 4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매출액 대비 종업원 급여비중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임원급여 10% 삭감 등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식이 경영진을 넘어 생산현장까지 공유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강도 높은 파업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