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이랜드가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자구계획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무엇 하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20여건에 이르는 공격적 M&A와 사업확장을 통해 비약적인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3년 400%에 육박했던 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300%대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에 모든 역량을 쏟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랜드는 결국 지난해 그룹 최대 현안인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고 본격적인 자구계획 추진에 돌입했다.
이랜드는 우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올해 3월과 4월 각각 자사의 알짜 매물로 통하는 ‘킴스클럽’과 ‘티니위니’의 매각을 잇따라 결정했다.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해 부채비율을 낮춤으로써 그룹의 재무 구조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킴스클럽과 티니위니 매각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킴스클럽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인수가로 3,500억 원을 제시하면서 7,000억 원에서 1조 원 정도를 예상했던 이랜드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일정이 수 차례 연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흥행 기대감이 높았던 티니위니마저 매각 일정이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랜드그룹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각종 우려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반 년 가까이 끌고 온 매각 이슈는 9월에 들어서야 일부 마무리됐다. 이랜드 측은 의류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기업 브이그라스(V·GRASS)에 약 1조 원에 판매하는 동시에 하이퍼마켓 킴스클럽의 매각 작업은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티니위니 매각 자금이 들어오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킴스클럽을 무리하게 헐값에 매각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티니위니 매각 결정과 함께 재무 개선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 사측의 기대와 달리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티니위니 최종 매각가를 두고 마지막 조율 과정에서 이랜드와 브이그라스의 치열한 막판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브이그라스 측이 티니위니 인수가격을 당초 예상가인 1조 원의 85% 수준에 불과한 50억 위안(약 8,500억 원)으로 제시하면서 차입금 상환 자금 마련이 급한 이랜드의 속을 태우고 있는 것. 매각 대금이 축소된다면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예상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재무적 불확실성을 완벽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진입에 출사표를 던진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수 차례 IPO를 연기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달 말 상장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5월에 완료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며 의혹을 불식시켰다.
지난 2014년 3,0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3년내 IPO 추진을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랜드리테일 CFO 이윤주 이사는 “상장은 기업 투명도 제고뿐만 아니라 신뢰도 상승 등 기업 가치를 높이고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무리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는 중국 유통망을 확장하는 것 외에는 당분간 기업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