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정부의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공기업 지정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들 국책은행은 2012년 1월 민영화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가 이후 민영화 정책이 폐지되면서 명분을 잃고 2014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됐다
정부는 보다 강력한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재지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전반에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기재부, 국책은행 공기업 재지정 초읽기…금융원 ‘반발’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에 대한 공기업 재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개최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국책은행 공기업 지정 방안을 구체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구분되는데 정부의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타공공기관과 달리 공기업은 기재부의 운영지침에 따라 예산 편성과 집행, 인사, 정원 등 결정된다.
기재부는 지난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을 비롯한 많은 부실을 야기시킨 만큼 현재처럼 금융감독원의 감독 아래에만 두기보다 공기업으로 지정해 관리•감독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기재부의 입장에 해당 은행 노조 측은 일제히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기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된다면 정부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허수아비 공기업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과 서민금융 지원 등 국책은행만이 할 수 있는 공공성 영역을 지켜야 하는 역할이 정부의 지침과 가이드라인에 얽매여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무리하게 공기업 경영에 개입하고 낙하산 자리로 이용하는 등 숱한 공기업 비리 사례의 폐해를 봐 왔던 만큼 향후 국책은행들의 자율적인 경영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역시 "공기업 지정은 한국전력 같은 독과점 기업에 적용하는 잣대로, 시장에서 은행업을 하는 산업은행에 맞지 않은 규제"라며 “정부 소유인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관련 금융지원은 지금도 대외적으로 통상마찰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가경쟁력 역주행…면피행정에 불과”
정치권에서도 이들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재지정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재지정하게 되면 정부 영향력만 커지고 은행의 부실과 혈세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정부의 은행 경영관리는 현재도 관리감독이 충분히 가능하며 이를 공기업으로 통제하겠단 건 일차원적 접근"이라며 "대다수 전문가도 현 시점에서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재전환하는 건 국가 경쟁력을 역주행시키는 행태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어 "2014년 1월 박근혜정부 방침에 따라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산업은행은 서별관회의를 통한 관치압박으로 수 조원의 국민 혈세를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하고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등 현 정권 최악의 관치금융 흑역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가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재지정하려는 것은 그 동안 벌어진 조선과 해운업 부실 등의 모든 책임을 국책은행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려는 면피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앞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정부가 국회 사전 동의도 없이 국책은행의 공기업 재지정을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방만경영의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이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나 현재 국정공백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산업은행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민영화를 시도했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서 혈세 2,000억 원이 낭비된 전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