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대학시절 군대를 전역한 후 학교에 복학하자 두 가지의 큰 시련을 겪었다.
첫 번째는 2년간의 공백기로 인해 느꼈던 전공의 어려움, 두 번째는 복학을 하고나자 동기들은 모두 자퇴를 하거나 아직 군대에서 전역을 하지 않아 자연스레 아웃사이더가 돼 버린 것이다.
전공은 시간을 들여서 노력하니 성적도 나름 우수하게 나왔지만, 도통 혼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였다. 대부분이 2인 이상씩 테이블에 앉아 오순도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정말 곤혹스러웠다.
생각 같아서는 인형이라도 앞에 놓고 밥을 먹고 싶었지만 그것이 더 비참할 것 같아서 참았다.
혼자서 식당가기, 영화보기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이 그냥 커피면 TOP는 혼자서 술집가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악어’를 찾는 이들에게는 이런 고민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유는 바로 홀로 ‘악어’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메뉴 ‘용자&용녀세트’ 때문이다.
‘용자&용녀세트’는 냄비두부김치에 소주 한 병이 더해진 메뉴로 가격은 1만 9000원이다.
왜 하필 ‘용자&용녀세트’로 이름이 지어졌을까?
‘악어’의 사장 나윤경 씨는 그 이유에 대해 “어떤 여성분이 혼자 오셔서 냄비두부김치와 소주한 병을 드시고 갔어요 혼자 와서 이렇게 시켜먹는 일은 흔치 않아 트위터에 글을 남겼는데 사람들이 ‘용녀’라고 리트윗을 해서 이름을 ‘용자&용녀세트’라고 지었어요”고 ‘용자&용녀세트’의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애석하게도 ‘용자&용녀세트’는 혼자와야만 주문이 가능하니 커플이 호기심에 이 메뉴를 주문하면 큰 화(?)를 당할지도 모른다(따로 시켜먹어야 하니 돈이 더 나온다).
‘악어’의 ‘용자&용녀세트’는 한 웹툰 만화가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악어’를 찾아와 ‘용자&용녀세트’를 주문하곤 하지만 ‘악어’의 사장 나 씨는 “‘용자&용녀세트’말고 다른 메뉴도 많다”고 소개했다.
‘악어’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스테이크와 고로케라고 하지만 ‘용자&용녀세트’의 냄비두부김치찌개도 결코 떨어지는 맛은 아니었다.
김치찌개 위에 올려져 있는 큼지막한 두부는 정말 푸짐해 보여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김치찌개는 왠지 기자가 어릴 적 어머니가 집을 비우시면 아버지가 해주시던 약간 달착지근한 김치찌개 맛이 났다.

‘악어’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소리에 근처로 이사를 와서 퇴근길에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집이 ‘악어’ 근처에 있어 뜬금없이 술 생각이 나면 이곳을 찾는다는 그 웹툰 작가가 굉장히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