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몰려 있는 ‘슈퍼 주총데이’를 앞두고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오너 CEO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달 열리는 GS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CEO 신규 선임 및 재선임 안건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인 가운데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등을 문제 삼아 허연수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비편의점 부문에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 “허연수 사장 재선임 반대" 권고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17일 오전 9시 주총을 열고 허연수 사장의 3년 임기 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최근 국내 한 민간 의결권 자문기관이 허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얼마 남지 않은 주총에서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의 표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사안이 참고사항이다. GS리테일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억3,0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의 미르재단 출연은 허연수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5년 12월 이전에 이뤄진 것이지만 출연금 모금 경위와 강제성 및 대가성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건은 가이드라인상 직접적인 반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나 불투명한 경로로 회사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참고사항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허연수 사장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이유로는 2015년 GS건설로부터 장부가를 훨씬 웃도는 매입가격에 파르나스호텔 지분 인수 점과 2014년 재무상황이 악화된 코스모스그룹의 부동산을 사들인 점 등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지목했다.
▶3세 경영 ‘도마’…사업다각화? 편의점사업만 ‘고군분투’
허 사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 아들이자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의 조카로, 지난 2015년 2세 경영인인 허승조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본격적인 3세 경영의 바톤을 받았다.
세대교체를 이룬 GS리테일은 기존 편의점 사업에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슈퍼마켓과 호텔사업, 드러그스토어 등 새롭게 시작한 비편의점 사업들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시험대에 오른 3세 경영 체제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2,181억 원으로 전년대비 3.4% 감소했다.
편의점 사업은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지만 경쟁이 심화된 슈퍼마켓(GS수퍼마켓) 부문에서 영업손실이 161억 원으로 확대되며 적자 전환했고, 호텔사업과 드러그스토어도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탓이다.
GS슈퍼마켓은 지난해 4분기에만 13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결국 GS리테일은 지난 연말 실적이 부진한 18개의 점포를 조기 폐점했다.
지난해 인수한 호텔사업의 부침도 계속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GS건설의 파르나스호텔을 7,600억 원에 인수해 호텔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71억 원으로 22% 줄어들었다.
또한 GS리테일은 현재 국내 2위 규모의 드러그스토어인 왓슨스를 운영 중에 있지만 손익이 개선되기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GS리테일은 지난달 홍콩 왓슨스로부터 합작법인 왓슨스코리아 지분 50%를 119억 원에 인수하면서 100% 자회사로 흡수합병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을 제외하고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슈퍼마켓인데 불황과 규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슈퍼마켓의 사업의 경우 외부적인 영향이 상당히 큰 편이다. 영업적인 측면에서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지만 소셜 업체 등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더욱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드러그스토어 사업의 경우 왓슨스코리아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더욱 활발한 출점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보다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향후 시너지의 극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사업의 경우 파르나스호텔를 자회사로 인수한 것일 뿐, 직접적인 운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편 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드러그스토어 전망이 어둡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왓슨스 M/S 확장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기에 당분간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퍼 및 기타부문도 업황 침체 및 구조적 채널 경쟁력 감퇴로 손익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편의점 부문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동사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선 그 외 사업부문의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