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홀로서기를 시작한 Sh수협은행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협중앙회로부터 54년 만에 독립한 Sh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낙하산 인사 문제가 다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다.
그간 수협은행장 인선은 관료 출신 외부인사들이 선임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올해 자회사 독립, 탄핵 정국 등이 맞물리며 드디어 관행에서 벗어난 행장 선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목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수협중앙회 힘겨루기? 후보 선정 불발…결국 재공모
논란 끝에 수협은행은 차기 은행장 후보를 다시 공모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 9일 행장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행장을 선출하려고 했으나 최종 후보 결정을 놓고 위원들 간 합의를 보는 데 실패했다.
업계에 따르면 행추위는 지난 8일 은행장 공모에 지원한 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 등 4명을 면접한 뒤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내부 출신 행장을 바라는 수협중앙회 측 추천 위원과 적합한 후보가 없다고 판단한 정부 측 추천 위원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행추위는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2명 총 5명으로 구성되는데 5명 중 4명이 찬성 해야 은행장 후보자 선정이 가능하다.
수협은행장 인선은 정부의 영향력 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해다. 실제로 이원태 행장을 비롯해 역대 수협은행장 대부분이 기획재정부와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
정부에 1조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수협중앙회로서는 경영자 인사에서 정부의 입김을 무시하기 힘든 구조 탓이다.
지난해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돼 독립법인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만큼 내·외부적 분위기를 고려해 내부 출신의 행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이견 차로 인해 이번 은행장 공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됨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후보자 중에 정부 측 인사가 없어 정부가 입김을 넣기 위해 재공모에 들어간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로써 16년 만에 첫 내부출신 수협은행장 탄생의 가능성도 불발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 수협 노조 “은행장 재공모 사유 밝혀야”
이번 수협 인선를 놓고 업계는 일찌감치 정부 입김여부에 주목했던 만큼 내부에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수협중앙회 노동조합(위원장 조성현)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3월 8~9일 수협은행장 추천위원회에서 후보 선출이 불발된 사유에 대해 촉구하며 후보자를 재공모한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조성현 위원장은 “후보 선출 불발과 재공모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의혹 불식을 위해 은행장 추천 위원회는 재공모 사유에 대해 솔직하고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만약 소문대로 정부와 금융당국이 낙하산을 내리기 위한 형식적인 재공모라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어 “해양수산부는 대한민국 수산업, 어업인, 수협에 아버지, 어머니 같은 존재”라며 “수협은행장이 조속히 선임돼 수협중앙회·수협은행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마음으로 수협의 입장에서 수협을 지켜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수협 노조 측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차기 은행장은 금융전문성, 조직 이해도 등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파하며 기존 기획재정부, 예금보험공사 출신의 관리형 낙하산 은행장 선출에 대해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