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한국씨티은행(은행장 박진회)이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기존 대출 건도 연장하지 않는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한 ‘디마케팅(Demarketing)’ 전략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연장취급이 오는 9월 1일자로 중단된다는 고객 안내문을 배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대출은 이미 지난 3월 중단한 상태로 이로써 대출 연장 중단까지 확정되면 씨티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사업을 아예 접게 된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노조는 사측이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대면 거래가 필수적인 대출 사업부터 의도적으로 줄여나가려는 움직이라고 보고있다.
노조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연장의 경우 연장계약서의 원본과 전입세대 열람서류를 받아야 해 비대면으로 처리하기가 불가능한 부분”이라며 "대표적인 서민 상품인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은행의 본분은 잊은 채 ‘돈 많은 고객’만 취급하겠다는 식의 극단적 디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규정상 전세자금대출의 대환(갈아타기)은 만기가 1년 이상 남아있어야 가능한데 대부분 1~2개월 앞두고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 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연장을 하지 못한 고객이 타 은행에서 대환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금전적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조 측은 전세자금대출 연장 중단이 은행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법 제52조의2에서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은행 이용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연장 중단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혹시 시행이 된다 하더라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불편함이나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측은 전세자금대출 외에 예·적금 담보대출과 직장인 신용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도 중단될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담보대출과 직장인 신용 한도대출 중단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다”며 “해당 상품이 중단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내용이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씨티은행은 최근 디지털·비대면 거래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126개 영업점을 25개로 대규모 통폐합하기로 결정하면서 구조조정 문제와 함께 고객 불편을 우려하는 노조 측과 기나긴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업계 내 이례적으로 신규 고객에 대해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계좌에 대해 월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등 씨티은행의 행보는 늘 커다란 논란을 낳았다.
은행이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와 인력을 줄이고 디지털 및 비대면 거래를 늘리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임에 분명하지만 수익이 안 되는 소액계좌를 인위적으로 밀어냄으로써 대놓고 ‘부자 고객’만 상대하겠다는 인상을 풍기는 것은 자칫 대다수 고객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면 거래든 비대면 거래든 그것에 대한 선택권은 고객에게 있는 것”이라며 “돈 안 되는 일반고객에게는 비대면 거래를 강요하고 고액자산가에게만 대면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은행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업체 측에서는 80% 이상 점포가 폐점되더라도 대부분의 고객들이 계속 거래를 유지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전제를 깔고 모든 결정을 내렸겠지만 실제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