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남양유업을 향한 불매운동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남양유업(회장 홍원식)은 수년 전 대리점에 유제품 밀어내기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타격을 입은 바 있다.
현재 남양유업의 실적은 회복세에 진입한 상황이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남양유업 불매’를 고수하며 유제품 등의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끝까지 한다 ‘불매’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갑질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며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을 대리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떠넘겨 대리점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지난 2013년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4년에 걸쳐 전국 1,800여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유제품과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거나 취급하지 않는 제품을 강제로 할당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녹취파일이 공개되며 충격을 더 했다.
이러한 사실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나쁜 기업’으로 찍힌 낙인은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6월 남양유업 대리점주가 ‘상생 협약’을 깼다는 보도에도 소비자들은 들썩였다. 당시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며 일단락 됐지만, 지난 2013년의 갑질 사례는 다시 되새김질되며 다소 누그러진 불매 운동 불씨에 불을 붙였다.
1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남양유업 불매를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온라인 및 SNS를 통해 남양유업제품을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게시글에는 “불매운동 리스트에 추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불매”, “믿고 거르는 남양”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남양발 제품 주의” “브랜드 세탁 주의”
남양유업은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 이후, 브랜드 노출을 꺼려하는 듯하다.
잘나가는 디저트 카페인 ‘백미당’에도 남양유업의 흔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세탁을 통해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교묘하게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은 OEM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어, 타사 제품이어도 남양유업이 제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자체 브랜드 제작 외에도 다양한 업체들의 OEM 사업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MILK 1A등급우유’는 트레이더스 PB제품이지만, 제조는 남양유업이 한다.
농협도 ‘진심안심우유’를 PB제품으로 판매 중이지만, 제조는 역시 남양유업이다. GS리테일 ‘스누피 우유’도 남양유업이 제조한다.
때문에 불매운동을 이어가는 소비자들은 PB제품을 통해 남양유업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판단, 제조사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눈치다.
경기도 수원시 한 모씨는 “각종 유통사의 PB재품이나 유제품, 커피류는 무조건 제조사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남양유업이 전략적으로 브랜드명을 작게 표기하거나 숨기는 것 같아 꼭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측은 일부 소비자들의 오해라고 해명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명을 숨긴다고 가려지는 시대도 아니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브랜드 숨기기 전략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OEM의 경우 유통업체 요청에 따라 매달 생산하기 때문에 비율이 수시로 변동해 유의미한 비율을 따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불매, 그 영향력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인한 매출 하락은 컸다. 2013년 갑질 사건 후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2012년 매출 1조3,650억 원, 영업이익 637억 원을 기록한 남양유업은 2013년 매출1조2,299조, 영업손실 175억 원을 기록했다.
2014년은 더욱 심각했다. 매출은 1조1,517억 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영업손실은 261억 원으로 전년 보다 크게 심화됐다.
다음연도인 2015년에는 회복세를 보였다. 매출은 1조2,150억 원, 영업이익은 201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분위기가 더 좋았다. 매출 1조2,408억 원에 영업이익은 420억 원으로 훌쩍 성장했다.
실적이 크게 회복되기는 했지만 갑질 논란이 있기 전인 2012년의 영업이익 기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매출 회복세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아직도 불매운동 움직임이 있어 아직까지 완전 탈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온라인 불매운동 등이 여전한 것을 알고 있기에 소비자들에 대한 당사 고민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회사에서는 밀어내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대학교 대리점 등을 비롯한 대리점에 다양한 복지 정책도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사건 후 내부시스템을 새롭게 개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