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생명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KDB생명은 반복되는 매각 실패와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강도 인력구조 조정을 예고했다.
그러자 노조 측이 부실의 원인이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방만경영에 있다며 반발하고 나서며 노사간 내홍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인건비 300억 절감 목표…지점 50% 축소 및 희망퇴직 단행?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생명의 지점 통폐합 및 희망퇴직 단행 움직임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DB생명보험지부는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이 증자를 미끼로 KDB생명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KDB생명은 경영개선을 위해 지점 수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인건비 절감 목표를 공식화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 KDB생명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하고 대규모 지점 통폐합 및 조직개편 계획과 함께 인건비 절약을 위한 희망퇴직 진행일정 및 대상자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 300억 원 절감 목표라는 구체적인 액수도 공표했으며, 전체 지점 수를 현재의 50%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당장 증자가 필요한 KDB생명에 산업은행이 제시한 증자의 조건은 회사의 '자구노력'이었다.
KDB생명은 앞서 세 차례에 걸친 매각 불발 이후 ‘미래혁신TF’를 만들고 현재까지도 외부 업체의 컨설팅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제시한 구조조정안 역시 '자구노력' 중 하나인 것.
이에 노조 측은 산업은행이 경영개선을 명분으로 증자가 시급한 KDB생명에게 인건비 절감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협박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KDB생명의 희망퇴직은 최근 동종업계가 진행했던 희망퇴직과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인건비 300억 원을 줄이겠다는 뚜렷한 목표 아래 점포 수를 현재의 50% 수준으로 축소한 뒤 희망퇴직 접수를 받겠다고 밝히는 것은 이번 희망퇴직이 희망의 탈을 쓴 ‘강퇴’, ‘찍퇴’에 불과함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회사가 밝힌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과거 우리사주 감자로 지금도 빚을 지고 있으며, 이번 희망퇴직으로 또 다시 희생을 당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KDB생명 부진, 산업은행이 자초…책임 있는 계획 밝혀야”
현재 KDB생명은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폐쇄와 희망퇴직 단행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만큼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5.6%, 올해 3월 기준 124.3%로 하락해 자본확충 문제가 당장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실적도 22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노조는 KDB생명이 기업 경영 전반에 위기를 맞게 된 원인제공자를 바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승인 하에 내실 경영은 등한시 한 채 오로지 매각을 염두에 둔 외형 확장, 즉 고이율 저축성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당장의 드러나는 이익을 위해 우량 채권을 팔아 ‘흑자기업’이란 껍데기 유지에 급급했던 탓이라는 것.
노조 관계자는 “KDB생명의 위기에는 오로지 매각을 목표로 회사의 부실경영을 방조하고 낙하산 인사로 회사를 전문경영의 불모지로 만든 대주주 산업은행이 있다. 결국 이번 구조조정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야기한 경영위기를 증자를 미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희생양 삼아 해결해보려는 시대착오적 시도"라며 "뒤에서 KDB생명 경영진을 조종하지 말고, 대주주답게 전면에 나와 책임있는 계획을 밝히고 비전을 제시하라”고 지탄했다.
한편 산업은행 구조조정 등 자구적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은 더 이상 단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 2010년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보험금 지급 능력이 악화돼 적기 시정조치 위기에 놓인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PEF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수한 이후 수 차례 증자를 통한 지원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재무건전성은 업계 최하위권으로 점점 악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과 같은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추가 증자 등의 지원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