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SK증권의 새 주인 찾기 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유예기간인 올해 8월 초까지 어떻게든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SK증권 노조 측은 인수후보자로 뽑힌 케이프투자증권,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업체 모두 졸속 매각 상황에서 선정된 자격 미달 업체들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일각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비선실세 의혹, 음모론 등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그룹 측이 큐캐피탈의 본입찰 참여만은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펼쳤다.
업계에 따르면 SK증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20일 마감됐다. SK그룹은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 약 10%를 팔기 위해 이번 본입찰을 거쳐 25일 전후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예비입찰에서는 큐캐피탈과 호반건설, 케이프투자증권이 적격인수후보(쇼트 리스트)로 선정된 바 있으며, 본입찰을 통해 케이프투자증권과 큐캐피탈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번 SK증권 매각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SK C&C가 지난 2015년 지주회사인 SK㈜와 합병하면서 지주회사의 금융사 주식소유 금지 규정에 따라 올해 8월까지 SK증권 지분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SK그룹은 결국 그룹지배구조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써 매각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과 함께 고용승계와 경영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인수자를 선정하겠다고 누누이 공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인수후보자 명단을 두고 SK증권 노조 측은 시한에 쫓긴 졸속매각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지난 1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SK증권지부는 오후 5시 중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앞에서 졸속매각을 규탄하는 2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SK증권 노조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문제 해소를 위한 시간이 2년이나 있었지만 매각작업이 최근에야 시한에 쫓겨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측이 매각시한에 임박하게 일정을 잡아, 상황논리로 직원들의 반발을 제압하려는 의도된 졸속매각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만 해결하고 보자는 무책임한 이기심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중 하나인 큐캐피탈의 경우 졸속매각의 상징적 인수후보라며 극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큐캐피탈은 1999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출범한 기업으로 2009년 사모투자펀드(PEF) 전문 운용사로 탈바꿈했다. 노조 측은 회사를 인수한 뒤 단기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차익을 얻고 되파는 것이 목적인 큐캐피탈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금융의 공공성과 양립할 수 없는 인수후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큐캐피탈 권경훈 회장은 2010년 설립한 자본금 7,000만 원짜리 페이퍼컴퍼니 케이파트너스를 통해 큐로컴, 지엔코, 큐캐피탈파트너스의 지분,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 등의 매매로 작년 말까지 벌어들인 돈이 580억 원에 달한다.
80회 이상의 CB, BW발행을 통해 소위 무자본 M&A를 하면서 지분을 확대한 것인데 이는 삼성재벌이 경영승계를 위해 활용했던 편법적 수단으로 잇속을 챙겨온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규동 SK증권 지부장은 “지난 6일 우리 350여명의 SK증권 직원들은 이 자리에 모여 그룹의 졸속 매각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2주가 지났다. 그런데 재검토는커녕 시장에는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큐캐피탈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금을 모으고 있다. 마치 짜여진 각본이 있는 듯 한 행동이다. 구조조정 전문업체, 일명 기업 사냥꾼인 큐캐피탈의 매각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사측의 이러한 행보는 직원과의 약속은 ‘공동체의 행복추구’, ‘직원과의 행복나눔’이라는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SK증권 노조 관계자는 “그룹이 큐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에 포함한 것만으로도 SK증권 직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약속과 직원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SK그룹의 경영철학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후보 업체 모두 구성원 고용안정을 상당기간 보장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상태다. 또한 경영권 안정 위한 구체적인 장치와 장기적인 회사 가치 증진을 위한 복안 등을 우선조건으로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