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금융권의 새로운 ‘메기’로 기대되는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반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으로 영업 1주일 만에 150만 계좌를 돌파해 올해 4월 초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를 고객 수에서 일찌감치 따라잡은 것은 물론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까지 긴장케 할 정도로의 폭발적 파급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하지만 첫날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비스 지연과 접속 오류가 발생해 소비자 불편이 잇달았고 이후 미흡한 고객 전화 응대 등이 도마에 올랐다. 또한 대출 신청자가 급증하자 과부화가 걸리면서 슬그머니 한도를 줄이는 등 우려됐던 문제점도 그대로 노출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온다.
▶’같지만 다른 은행’ 카뱅, 돌풍의 일주일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무섭다. 소위 말하는 ‘개업효과’를 감안해도 설명되지 않은 기록행진을 연일 계속 중이다.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 대표 이용우·윤호영)은 영업 7일 만에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151만 좌 돌파, 체크카드 신청 건수는 103만 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평균 7분만에 초고속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것이 최대 장점인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 오전 7시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 이후 초반 시간당 평균 2만 좌 이상에 달하는 무서운 속도로 고객을 확보해 나가며 주목을 끌었다.
카카오뱅크는 결국 영업 닷새 만에 100만 계좌 달성, 그리고 일주일 만에 150만 계좌를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여신은 4,970억 원(대출 실행금액 기준), 수신은 6,53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예대율(예금대비여신액)은 76%다. 카카오뱅크 앱 누적 다운로드 수도 200만 건에 육박한다.

카카오뱅크의 최대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톡톡히 타고 있다. 계좌 개설 고객 중 68% 가량이 체크카드를 발급 받고 있으며, 체크카드 종류별 발급비율은 라이언 55%, 어피치 18%, 무지 12%, 콘 9% 등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를 발급 받은 고객들 대부분이 “솔직히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혜택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닌데, 캐릭터가 귀여워 발급받게 됐다”고 말할 정도.
은행 측은 체크카드 배송이 본격화됨에 따라 결제성 자금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여신도 대기 수요 등을 감안했을 때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이용한 카카오뱅크 간편이체, ATM 수수료 면제 등으로 수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오류, 고객센터 먹통…여신 급증에 유동성 문제도 제기
한 차례 폭풍같던 일주일은 보낸 카카오뱅크는 상당한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높은 인기와 비례해 여러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출범 첫날 한꺼번에 많은 접속자가 몰리면서 애플리케이션(앱) 오류가 반복돼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영업 개시 이후 고객상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고객센터 역량이 부족해 대출 서비스 등 고객들의 상담 지연 문제가 수 일째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선 결과, 지난 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고객응대율은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의 고객응대율이 보통 50~70%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시스템 개선 및 추가 인력 투입을 권고하자 카카오뱅크 측은 24시간 상황반을 가동하고 은행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들을 고객 상담 업무에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뿐만 아니라 고객 상담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80여 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제 2고객센터 설치를 위해 장소 선정 및 인력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우,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고객 서비스 이후 폭발적인 이용으로 원활한 이용 및 상담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정적인 서비스 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적시에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한발 먼저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예상보다 많은 신용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7월부터 추가 대출을 잠정 중단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우려에 카카오뱅크 측은 대출수요가 급증해도 공급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출범식부터 이미 못 박은 상태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주주들이 자본금을 증자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대출 공급을 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용우 대표는 “우리는 은산분리 법 개정을 원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안되더라도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갖고 있어 증자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뱅크 측이 슬그머니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업 개시 일주일 만에 일이다.
카카오뱅크 한 관계자는 "빠른 한도 대출 약정 증가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등급별로 매기는 내부적인 한도를 조정한 것"이라며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