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롯데 핵심 계열사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롯데소액주주들이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과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그룹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분할합병 반대 의사를 거듭 표명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29일 개최되는 롯데그룹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 안건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소액주주모임 측이 배임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지주사 전환 탄력…신동주, 소액주주 ‘반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롯데그룹 4개 주요 계열사가 28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이들 4개 회사는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각각 분할되고, 이 중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회사의 투자부문이 합병된다.
롯데그룹은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경영효율성 및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측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롯데제과 등 4개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상호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416개에서 현재 67개까지 줄인 순환출자 고리가 이번 지주사 전환을 통해 18개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지주사 전환에 대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소액주주들의 반발 움직임이 만만치 않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이번 분할합병안이 주주들의 이익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니라 롯데쇼핑의 심각한 사업위험을 나머지 3개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려는 경영진의 술책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주회사의 신설이 신동빈 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하고자 소액주주들의 희생과 손해를 강요하는 부당한 경영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막기 위해 제기한 2건의 소송과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도 모두 기각된 상태다.
또한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의 탄원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롯데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주사 전환에 탄력이 붙게 되자 소액주주연대는 소송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이성호 롯데 소액주주연대모임 대표는 "롯데제과 등 3개사가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4개사 분할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은 임시주총을 앞둔 시점에 주주를 호도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이 확정될 경우 주요 경영진에 대해 배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임시주총 당일까지 4개사 분할합병안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반대하는 가두시위 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운명의 디데이, 분할합병안 무난한 통과 예상”
일부 주주들의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회사 분할합병안은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 4개사의 경우 특수 관계인 지분이 40~50%대로 높기 때문에, 일반주주의 의견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4개 사의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참석률이 60~70%라고 가정할 때 최대주주 포함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확보된 상황으로 주주총회 안건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주사 전환을 코 앞에 둔 롯데그룹은 막판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부정적 시각을 막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의 각 계열사는 지난 21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에관한의견표명서’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은 왜곡된 사실로 주주들을 현혹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오해와 혼란을 초래하는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측은 지주사 전환 작업을 앞 둔 4개 계열사의 주주 배당 성향을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혀 분위기 환기를 꾀했다. 지주회사 설립 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보다 2배 이상인 30%까지 늘리고 중간배당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0년 이후 배당성향이 평균(2015년 배당성향 0%, 2016년 23.9% 제외) 4.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현 대신증권은 "배당성향 확대는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향후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사업부별 경쟁력 확보와, 배당성향 확대와 같은 주주가치 제고 정책들이 추가적으로 계속 뒤따라줘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오늘 주총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한 시간 내외로 다들 끝마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인데다 주주가치도 향상되는 효과들이 있기 때문에 주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