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금융권 양대산맥 신한금융지와 KB금융지주가 나란히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올 한 해 엎치락 뒤치락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두 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KB금융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 순이익도 신한금융을 제치면서 ‘리딩뱅크’ 굳히기에 들어간 반면 왕좌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신한금융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
▶“대출 성장 확대 덕분에...” 금융지주사, 3분기도 ‘고공행진’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가 올 3분기 순이익은 물론이고 누적 순이익까지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를 앞질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8,975억원으로 전년 동기 5,773억 원 대비 55.4% 증가했다.

이로써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577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2%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 규모인 2조1,437억 원를 훌쩍 넘어서며 큰 폭으로 성장한 수치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주택거래 둔화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기업의 여신성장이 견조하게 유지되며 이자이익 성장이 지속됐다”며 “특히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가장 큰 이익비중을 차지하는 KB국민은행이 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성장전략과 마진 개선을 통해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KB금융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는 신한금융은 3분기 순이익 8,17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대비 15.4%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누적 순이익은 2조7,064억 원으로 전년보다 25.1% 개선됐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실적의 특징은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이 확대되고, 순이자마진(NIM) 안정세가 유지되면서 은행 부문에서 이익이 견조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라며 “더불어 그룹 차원의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판관비가 꾸준히 감소함과 동시에 선제적인 리스크관리를 통한 건전성 지표들이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간발의 차’ 접전 예고, KB ‘청신호’ 신한 ‘적신호’
각자 수치만 놓고 보면 올해 두 회사 모두 기분 좋은 호실적을 거뒀지만 KB금융에 누적 순이익 기준 실적에서 역전을 당하게 된 신한금융은 웃을 수 만은 없는 처지다.
신한금융은 앞서 지난 2분기에도 KB금융보다 981억 원 뒤쳐진 당기순이익으로 기록했지만 상반기 누적 실적으로 따지면 1위를 자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당시만 해도 체면 치레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기 실적뿐 아니라 누적 순이익마저 KB금융에 뒤처지면서 완벽하게 패배의 쓴 맛을 맛보게 됐다.
연간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금융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 중에 있지만 올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KB금융에 해당 기록이 깨지는 것도 얼마 남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금융지주의 누적 순이익 차이가 513억원에 불과하는 점에서 향후 4분기 실적이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변수로 남아있다.
금융권 내 ‘리딩뱅크’ 타이틀이 주는 상징성이 큰 만큼 4분기 ‘빅 매치’는 두 업체 모두 놓칠 수 없는 치열한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NH투자증권 원재웅 연구원은 “KB금융의 은행 및 자회사 수익성 개선세와 시너지 확대가 지속되면서 리딩 뱅크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윤종규 회장 연임으로 현재까지 이어진 자회사와의 시너지 확대 및 수익성 중심의 경영진 정책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 연구원은 이어 “신한금융은 펀더멘털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분기 기준 세후 8,000억원 이상의 순익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4분기는 보유 중인 비자카드 113만주를 처분하여 약 1,300억원 수준의 일회성 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