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가 주인 없는 짐을 싣고 12시간 동안이나 비행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5분(현지시각)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떠나 인천에 도착한 대한항공 KE130편은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짐을 싣고 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이륙 전 탑승객 확인 과정에서 해당 승객의 가족을 본인으로 오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그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행이 인도 뭄바이로 가는 여객기로 환승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현행법상 주인 없는 짐의 경우 테러 가능성이 있어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

▶국내외 항공사서 유사한 일 많아
지난 2001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미국 9.11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9월 15일 오후 9시10분경 동해 상공을 날던 인천발 시드니행 아시아나항공 OZ601편에서 발생한 것이다.
당시 상황은 탑승구에서 탑승 방송을 했지만 탑승객이 오지 않아 비행기를 출발했다. 이후 한 탑승객이 ‘일행 14명 중 6명이 타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탑승객들이 비행기에 타지 않은 일행들의 짐을 대신 맡아준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주인 없는 짐이 비행기에 실리게 된 것
사건을 파악한 기장은 본사에 긴급 연락 했고, 결국 오후 10시 회항 명령을 받았다. 오후 8시12분 이륙해 후쿠오카 상공을 날고 있을 때였다.
해외 국적 항공사 역시 기내 주인 없는 짐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4시 10분(현지시각) 런던 캐트윅공항에서 이륙한 노르웨지언 소속 B787 여객기는 기내에 주인 없는 짐이 발견되자, 이륙한지 45분 만에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비상 착륙한 바 있다.
▶항공사만 책임? 승객도 문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12시간이나 주인 없는 짐을 싣고 운행한 대한항공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업계는 원인을 제공한 승객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관계자는 “탑승수속부터 이륙직전까지 확인절차를 거치지만 회사차원에서 고객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사 차원에서 매뉴얼을 마련해도 승객들은 잘 따르지 않는다”며 “관련 부처와 협력해 국민 계도를 진행하면 좋을텐데, 그런 노력 없이 사건이 발생하면 항공사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행법상 각 항공사들은 자체보안계획을 수립한 후 관련부처에 승인받아 운영한다. 이번 일의 경우 대한항공이 자체보안계획을 위반했다는 정황을 국토부에서 포착하면 대한항공에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승객에게는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원인을 제공한 승객에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분명 대한항공이지만, 원인을 제공한 A씨에게 대한항공 측에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내부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없다”라며,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가리기엔 회사에서도 미흡했던 부분이 있던 만큼 해당 승객에게 책임을 묻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을 조사해 과실 등이 확인될 경우 규정에 따라 처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