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해를 넘기지 않고 합의점을 찾았지만 노조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대표 정몽구‧윤갑한‧이원희, 이하 현대차)는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37차 본교섭에서 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먼저 어려워진 경영 여건을 감안해 기본급 5만8,000원 인상(정기승호, 별도승호 포함), 성과금 및 격려금 300% + 280만 원, 중소기업 제품 구입시 20만 포인트 지원 등에 합의했다.
또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추가 특별고용, 2019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직영 촉탁계약직 인력운영 규모를 현재의 50% 수준까지 감축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임금성 부문 축소합의에 이어 올해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성과금 또한 축소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 경영 여건 악화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적극 감안한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고객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사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악 실적 아랑곳 않고 파업 돌입
진통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주장들이 많다.
올해 현대차의 대내외 실적이 최악인 상황에서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시했다는 주장이다.
현대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전세계 누적 판매량은 약 41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목표 판매량(508만 대)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영업이익도 2013년 각 8조 원, 2014년 7조 원, 2015년 6조 원을 기록하며 점점 줄더니, 지난해에는 5조 원대로 추락했다. 업계 평가로는 올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조 원 후반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와중에 현대차 노조는 당초 이번 합의안의 세배가량 되는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더불어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참고로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은 60세이다.
요구안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으로 14만2,000여 대, 3조1,000억 원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초래했었다. 심지어 올해는 작년보다 더 악화된 실적이었지만 파업은 진행됐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는 6만2,600여대의 생산차질을 빚게 됐고 피해금액 약 1조3,1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부품협력사, 파업 충격 상상이상
이번 파업은 부품협력사들이 먼저 나서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11일 현대차 부품 협력사 300여 곳으로 이뤄진 협력사협의회는 울산시청에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협의회 측은 “파업 장기화로 협력사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노조가 3~4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일 때 협력사는 생산라인이 중단돼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올해 ‘신개념 투쟁전술’이라 불리는 새로운 파업을 선보였다.
신개념 투쟁전술은 생산조립라인과 지원사업부가 각각 조별로 돌아가면서 2~3시간씩 부분 파업을 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의 조업 특성상 한 개 공정만 멈춰도 뒤 따르는 다른 공정도 멈출 수밖에 없게 되면서 부품사들은 더 이상 부품공급을 할 수 없게 된다.
협의회 측은 “현대차 노조보다 더 열악하고 힘든 근로환경에 있는 협력사 근로자들의 고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각계 전문가들 “현대차 노조, 정신 차려라”
지난 10월, 1세대 노동운동가로 과거 현대차 노조 결성을 주도한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우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는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는 말을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대차 노조에 충고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에는 송호근 서울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생산성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노동 최소화’에만 주력해 인기를 얻고자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또한 현대차 노조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교수는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육박하는 노조의 생산성이 월급 100만 원도 안 되는 노동자보다 못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대차 노조는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며 “잦은 파업은 자동차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소비자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생산의 본거지인 울산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지난 1950년대 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위치했던 디트로이트는 근로자 혜택이 늘어나면서 노동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했고 결국 자동차 업체들이 하나 둘씩 철수하자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김 교수는 “정몽구 회장이 울산에 내려가지 않은지 7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낮은 도시인데 만약 현대차가 공장을 철수하면 디트로이트처럼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