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신세계가 최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당·정·청도 ‘근로시간 단축법’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을 현실화 시킨 신세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난색을 표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빛 좋은 개살구? “최저임금 인상 효과 무력화 꼼수”
신세계는 최근 ‘임금 하락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내년 1월부터 전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저녁이 있는 삶’, ‘휴식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춰지는 삶을 위해 그룹 전 계열사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의 경우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해 근로시간 단축 혜택을 파트너사와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신세계의 근로시단 단축에 일부는 전 업계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노동계에서는 신세계의 ‘꼼수’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금번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할 경우 시급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 40시간 노동자에 비해 임금은 낮아지게 된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이 실현되면 주 40시간 근로자는 월 209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마트 노동자는 183만 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업계 매출 훼손 및 실효성 ‘의문’
동종업계 및 재계에서도 난감함을 표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불러올 여러 부작용을 우려했다.
특히 유통업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동시에 업무의 생산성과 질이 제자리에 머문다면 서비스의 질적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업무시간이 줄더라도 만약 직원 수가 늘게 되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신세계는 별다른 충원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를 통해 신세계 관계자는 “줄어든 시간만큼 고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으로 근무에 집중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마트노조 측은 동일 업무를 더 단축된 시간 안에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업무 강도가 과도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영화 이마트지부장은 “충원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노동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면서 “시간을 단축하려면 인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업계도 정해진 업무량을 소화하지 못해 퇴근이 늦어진다면 근로시간 단축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외 부작용 되풀이 되나
많은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1993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라”는 어록을 남기며 신경영을 추진했다. 당시 삼성은 7.4제라는 파격적인 실험을 강행했다.
7.4제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오전 근무시간을 늘려 오후에는 충분한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추진한 제도이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결국 폐지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여행업체 여행박사가 2주에 한 주는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도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고객 응대 서비스에서 인력 문제가 생겨 4주에 한 주를 4일 근무하는 형태로 바꿨다.
프랑스는 2000년 최초로 주 35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규정했다.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프랑스의 좋은 일자리는 해외로 유출됐다.
특히 자동차 기업은 제한된 근로시간으로 단가 경쟁력이 낮아져 생산기지를 타 국가로 옮기는 등의 역효과가 발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2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며 “제도개선으로 임직원들에게 혜택이 큰 만큼, 임직원들도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근무문화 구축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