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재무건전성 악화로 유상증자만을 기다리던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상증자가 불발된 MG손보가 충격에 휩싸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동안 KDB생명은 유상증자가 확정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
하지만 KDB생명도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여전히 험난한 앞날이 예고된다.
▶‘대주주 입만 바라보던’ MG손보-KDB생명, 희비 교차
올해를 넘기지 않고 자금수혈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MG손보의 희망은 결국 산산조각 나버렸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1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MG손해보험 유상증자안을 논의했으나 부결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MG손보 지분 93.93%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자베즈제2호유한회사'의 주요 재무적 투자자로, 사실상 대주주다.
대주주 유상증자에 마지막까지 간절한 기대를 걸었던 MG손보 측은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이사회가 열리기 불과 일주일 전 IB업계 내 매각설이 흘러나오자 MG손보 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며 올해 안에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 바 있다.
당시 MG손보 측은 “이달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본확충 문제가 확실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이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 만큼 MG손보 내부적으로도 유상증자가 이뤄지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상증자안이 이번에도 부결되면서 MG손보 측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KDB생명은 대주주로부터 긴급 자금 수혈을 받게 돼 한숨 놓게 됐다.
지난 15일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KDB생명에 3,000억 원을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24.7%)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5%)를 통해 KDB생명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최대주주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그동안 KDB생명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은 고민이 이어졌다.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투입된 금액만 1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재무건전성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고통분담을 통한 더욱 고강도 자구노력을 선행해 최소한의 지원 명분이라도 세우라며 유상증자를 번번이 미뤄왔다. 자금 수혈이 긴급한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힘겨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여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고 지점 수도 반으로 줄였다.
KDB생명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지급여력(RCB)비율이 6월 기준 128.04%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116.2%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지만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금융당국의 권고기준(150%) 이상인 160%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실패한 MG손보의 경우 RBC비율은 115.6%로, 향후 금융당국의 제재 마지노선인 1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정상화 까지’ 한 고비 넘어 또 한 고비
일각에서는 올해 대주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실패한 MG손보가 향후 후순위채 발행 외에도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매각설도 다시 힘을 얻고 꿈틀거리고 있다.
아직 대주주 유상증자가 아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지만 이미 임원 대부분이 사퇴하고 임금삭감과 사옥 매각 카드까지 꺼내 쓴 상황에서 더 이상 마련할 수 있는 자구책과 보완책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MG손보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 여러 상황을 살피며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여러 논의를 하고 있지만 정확한 방안은 내년 초에 가시화될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에 대주주 증자가 이뤄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에 우리사주 참여와 임금 동결 등 추가 자구안에 대한 동의서 제출로 천신만고 끝에 유상증자에 성공한 KDB생명의 앞날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이번 증자로 가뭄에 단비가 내리긴 했지만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완전히 회복시키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찌됐든 KDB생명은 우선 벼랑 끝까지 몰렸던 자본 확충 문제를 한 시름 놓으면서 내년부터는 추가 자본확충 방안과 경영 안정화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KDB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 전 단계별 자본확충 계획은 이미 수립한 상태”라며 "그 시작이 이번 3,000억 원 유상증자였으며, 앞으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자본확충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품 구조 개선 등 자구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RBC비율이 200%에 올라서면 영업력 회복 등이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