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지난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TB투자증권이 연초부터 살얼음판 위에 놓인 신세가 됐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불화설에 휩싸였던 이병철 부회장이 결국 1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될 것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권 회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가 미지수다.
▶뒤바뀐 최대주주... 이승철 부회장 1대주주 등극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은 KTB투자증권의 1대주주가 권성문 회장에서 이병철 부회장으로 결국 바뀐다.
2일 KTB투자증권은 이병철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권성문 회장이 보유한 1,324만4,956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였던 권 회장의 지분은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24.28%에서 5.52%로 감소하게 됐다. 반면 기존 2대주주 였던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4.00%에서 32.76%로 늘어나게 된다.
거래는 오는 2월 말에서 3월 초쯤 완료 될 예정이다.
이로써 책임경영 강화와 우호적인 경영참여라는 사유를 내세우며 지난해에만 아홉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을 확대시켜왔던 이 부회장이 결국 권 회장을 밀어내고 KTB투자증권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주식 매매는 두 사람 간 맺은 계약에 따라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권성문 회장이 지난달 19일 보유 주식의 제3자 매각을 통지했고, 이병철 부회장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행사, 권 회장 지분을 인수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6년 4월 권성문 회장은 이병철 부회장을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참여시키는 동시에 보유주식에 대해 상호 양도제한과 우선매수권, 매도참여권을 보유한다고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봉합인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인가...연초부터 ‘살얼음판’
KTB투자증권은 지난 한 해는 ‘오너리스크’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업계 내에서 ‘벤처 투자의 귀재’, ‘M&A의 대가’ 등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권성문 회장이 직원을 바로 차 폭행하는 사건을 일으켜 여론의 비난을 받은데 이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금융사의 목숨과도 같은 고객 신뢰와 대내외 이미지에 심각한 훼손을 입었다.
특히 짜 맞춘 듯 한꺼번에 권 회장의 치부가 수면 위로 모두 드러난 된 배경으로 이병철 부회장과의 ‘갈등설’까지 제기되면서 사안은 더욱 복잡해졌다.
금융당국과 경찰에 제보된 내용이 회사 내부의 고위 임원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권 회장을 흔들기 위해 이 부회장 측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아니겠냐는 의혹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약 4개월 간 지속된 경영진 불화설은 지난해 초 권 회장이 경영 현황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가 특별한 안건 결의 없이 끝나면서 일시적으로 봉합된 듯 보였으나 결국 해를 넘겨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권 회장이 공동 경영에 나서겠다며 영입한 인물이다. 최근 권 회장이 궁지에 몰리면서 내부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사이 이 부회장은 자사주 쇼핑을 통해 권 회장과의 지분 차이를 줄여나갔고 결국,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반전을 이뤘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지분 변동으로 사실상 이 부회장이 승리를 거머쥐며 KTB투자증권 내부 불화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해석이 잇따랐다.
KTB투자증권이 향후 이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고 권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으로 그 동안 불거졌던 경영권 분쟁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권 회장 측이 이번 우선매수권이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 회장의 향후 행보와 거취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새로운 갈등과 분쟁이 돌출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KTB투자증권의 이번 공시 내용에 대해 권 회장 측은 추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