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안방(安邦)보험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생명에 이어 ABL생명(舊 알리안츠생명)까지 삼키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차이나머니(중국 거대 자본)’의 엄청난 먹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1년간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직접 관할하겠다고 밝히면서 안방보험에 자회사로 편입된 국내 생보사 두 곳은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中 당국 “1년간 안방보험 경영권 접수”...왜?
업계에 따르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이하 ‘보감위’)는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을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앞으로 1년간 안방보험을 직접 경영하기로 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안방보험의 부실 경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미공개된 자금 출처 등에 대해 실사를 벌여왔다.
보감위는 “안방보험의 불법적 영업 때문에 이 회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큰 만큼 경영안정과 고객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으로 안방보험의 법정 대표는 보감회 위탁경영팀이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부터 보감회 위탁경영팀은 안방그룹의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회 직무를 중단시키고 관련 업무를 이관받았으며 오는 2019년 2월 22일까지며 안방보험에 대한 관리에 나선다.
앞서 지난해 6월 안방보험 총수 우샤오후이 회장이 불법대출 및 해외자본 유출 의혹 등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 안방보험 측은 우샤오후이가 ‘개인적인 이유’로 회장직을 물러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전 회장은 한 때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사위로, 지난해 6월 공식 사임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다. 우 전 회장의 구속 여부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ABL, 대주주 리스크 ‘전전긍긍’
안방보험 경영권 박탈 이슈와 관련해 국내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한 금융업체의 ‘오너리스크’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당장 국내 보험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방보험은 지난 2015년 동양생명에 이어 2016년 알리안츠생명을 각각 인수했다. 이에 따라 알리안츠 생명은 지난해부터 ABL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을 시작한 상태다.
현재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42%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안방그룹홀딩스는 동양생명 지분 33.3%와 ABL생명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난해 총수 체포설이 불거졌을 당시 안방보험 측은 경영진 리스크가 한국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고 해명했다.
당시 안방보험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 구조가 안정적”이라며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모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경영진이 있어 이번 안방그룹 특정 개인의 일시적인 변동이 두 기업의 영업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이상 특정 개인의 일시적인 변동이 아닌 그룹 경영권 문제로 확대된 만큼 상황은 다시 또 달라졌다.
때문에 업계는 현재 대주주 안방보험에 터진 악재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향후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국내 보험업계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 확충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대주주 안방보험을 통한 유상증자 등 투자 계획에 대한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보감회가 안방보험에 해외자산 처분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의 경영권 박탈 조치와 관련해 국내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해당 이슈와 관련해 영향을 받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ABL생명 측도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독립법인이라는 점과 RBC비율이 20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
한편 중국 당국의 안방보험 위탁경영 소식에 동양생명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