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비은행부문을 강화시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꿈꾸는 DGB금융지주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DGB금융지주가 추진하던 하이투자증권 M&A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박인규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의혹에 채용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행장직을 사퇴하게 되는 등 연이은 진통을 앓고 있다.
▶박인규 대구은행장 사퇴.. DGB금융 회장직 당분간 유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박인규 회장이 대구은행장 자리에서 물러섰다. 다만 지주 회장은 당분간 그대로 맡기로 했다.
DGB금융지주는 23일 칠성동 DGB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DGB금융지주와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정기주주총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 박인규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및 새로운 도약과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다.
박인규 회장은 “여러 사안들로 지역 사회와 주주,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룹 회장직은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단계적으로 상반기 중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비리로 인한 검찰 수사와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채용비리 의혹으로 인해 급격히 나빠진 여론 등이 맞물리면서 사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3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이 앞서 수사를 의뢰한 채용비리 의혹 3건 외에 30여건의 채용비리 추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은 박 회장과 은행 전·현직 임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벼랑 끝에 놓인 박 회장은 결국 행장직 자리를 내려놓았지만, 노조와 시민단체 측은 지주회장직에서도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잡음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구은행지부 측은 “은행장직 사퇴로 모든 게 용납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만이다”라며 “지배구조 개선이든 은행의 안정이든 간에, 본인이 제시한 회장직 유지의 명분은 박인규 회장 본인이 그 직을 물러나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행장 선출을 사실상 좌지우지할 지주회장직을 범죄 혐의자가 맡고 있는 상태에서 어떤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표류...종합금융사 발돋움 좌초 위기
원래대로라면 이달 말 마무리가 예상됐던 하이투자증권의 인수 작업도 금융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린 지 오래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의 마지막 관문인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DGB금융 주요 경영진에게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전까지는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난 1월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 서류를 보완하라는 공문을 받은 이후 DGB금융은 사업계획서 보완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선 관련 서류는 미비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 박인규 회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를 털어버리지 않는 한 난항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비은행 강화를 통한 그룹의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지방금융기관으로서는 최초로 은행과 보험, 증권, 자산운용을 자회사로 거느린 종합금융사로 도약을 꿈꿨으나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과 달리 박인규 회장 수사가 여러 가지로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제는 DGB금융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증권사 인수가 아예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