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독일 프리미엄 수입차 3社의 할인 경쟁이 심상치 않다.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자칫 독일차가 갖는 명성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 BMW그룹코리아(이하 BMW),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폭스바겐)은 1,000만 원에 달하는 할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각 업체에서 제공하는 할인 조건까지 맞출 경우 소비자는 최대 1,700만 원 할인된 금액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올 초부터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지엠 경영난, 내수 실적 부진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내수시장에서 고전하자, 자사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공세를 펼쳤다. 선봉은 벤츠와 BMW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 1‧2위를 다투는 두 업체는 각각의 인기 모델인 ‘E 클래스’와 ‘320d’ 등의 할인을 실시했다.
벤츠의 경우 판매가 6,000만 원에 달하는 대형 세단인 ‘E200’을 할인 조건을 맞춘다면 4,000만 원 대에 구매할 수 있으며, C클래스의 경우 기본 할인에 기존 중고차를 반납하는 트레이드인 할인까지 받을 경우 최대 1,400만 원에 달하는 할인을 받아 3,00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BMW 역시 할부금융 등을 이용해 차량을 구매할 경우 5,100만 원을 호가하는 320d 모델을 4,000만 원대(기본할인 1,000만 원 + 할부금융 9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폭스바겐도 지난 2월 선보인 ‘파사트GT’로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폭스바겐은 파사트GT 가격의 20%를 현금 할인하고, 바우처 등 200만 원에 달하는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할인 정책을 통해 세 업체의 판매량은 크게 늘었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까지 벤츠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13.8% 증가한 2만1,633대를 기록했다. BMW는 57.7% 증가한 1만8,577대를 기록했으며, 폭스바겐의 경우 복귀 한 달여 만에 426대의 파사트GT를 판매해 성공적으로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밀어내기(신차모델을 판매하기 위해 구형모델 재고를 소진하는 일)를 위해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중인데, 이에 평상시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입차 업체들의 과도한 할인 경쟁이 결국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당장은 판매량이 늘어서 좋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브랜드 이미지에 커다란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지명도나 이미지가 중요하다. 고객들 역시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충성고객들이 대부분인데, 이같은 할인 정책이 계속돼 많은 물량이 무분별하게 풀리면 기존 충성고객들 입장에서는 희소성이 떨어졌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곧 프리미엄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김 교수는 “구입하는 시기나 딜러들에 따라 천차만별인 각종 서비스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프리미엄 수입차의 경우 차량 구입 시기나 딜러에 따라 수백만 원씩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이 경우 할인 직전에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나 이미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의 경우 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무분별하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딜러들을 계속 방관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써의 가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해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