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삼성전자 주식을 이제 5만 원이면 살 수 있다니…”
‘황제주’ 삼성전자의 액면분할과 거래정지 예정일이 임박하면서 이후 주가 방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수가 증가하고 주당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증가해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한편으로는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한 것이 오히려 희소가치를 사라지게 만들어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250만 원 ‘황제주’ → 5만 원 ‘국민주’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만 여겨졌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50대 1 액면분할을 위한 매매거래정지에 돌입한다.
이번에 매매거래정지 기간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15거래일(3주)에서 3거래일로 축소 결정됐는데 앞으로 한국 액면분할을 진행할 다른 기업에도 이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연내 무정지거래 도입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3거래일간 거래정지 후 다음달 4일 재상장하는 삼성전자의 1주당 액면가는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내려간다. 대신 발행주식 총수가 50배로 늘어나고 현재 250만 원 선에서 살 수 있는 주가는 5만 원 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한 달 꼬박 일해 번 월급을 고스란히 털어 넣어도 사기 힘든 주식에서 커피 10잔만 잘 참으면 살 수 있는 주식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100만 원대에서 200만 원대로 주가가 솟구치는 동안 속수무책 손가락만 빨던 개미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측은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주가가 높아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번 액면분할이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의 두 얼굴’ 삼성전자 주가 향배는?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규모에 비해 유동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이 25%에 달하는 반면 코스피 내 일평균거래 량 비중은 0.1% 수준에 머무르는 것에 불과할 정도다.
이는 시총 규모가 삼성전자의 20% 수준인 SK하이닉스의 일평균거래량이 약 2%(최근 1년 평균은 6%)로 삼성전자의 20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대비되는 수치라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몸집이 큰 만큼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쉬움이 컸던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액면분할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기적으로 제기돼 왔다. 분할로 인해 몸집이 가벼워지면 수급 개선으로 이어져 주가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때문이다.
실제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의 일평균거래량(6개월 평균)은 30만 주에서 1,500만주로 확대되면서 SK하이닉스 일평균 거래량 460만주를 3배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액면분할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8만주, 금액으로는 2,000억 원의 주식 베팅을 한 개인투자자의 등장도 이러한 기대감을 방증한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5월 4일 액면분할 이후 투자자 저변확대 및 유동성 증가가 향후 주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해 긍정적 주가흐름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제 단순히 '주식 쪼개기'는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뿐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횡보 수준인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으로 볼 때 액면분할에 따른 주가 급등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약 2∼3주 동안은 수급 개선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과거 대형 상장사의 액면분할 사례를 보면 분할 직후 코스피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다가 2∼3주 지난 뒤에는 원래 수준을 회복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액면분할은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효과는 2∼3주 정도의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액면분할이 호재로 작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액면분할 종목 중 ‘반짝 상승세’에 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거나 오히려 액면분할 저주에 걸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빈번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2년(2015∼2017년)간 동안 액면분할을 한 기업 가운데 한 달 후 주가가 오른 기업은 55곳으로 전체 55.6%에 그쳤다. 주가가 같았던 기업은 3곳(3.0%)이었고, 주가가 하락한 업체도 44곳(44.4%)에 달했다.
이는 액면분할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가의 방향이나 흐름 자체를 결정하지는 못한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이 그대로 증명된 결과다.
특히 삼성전자 경우 오랜 기간 ‘황제주’의 상징성이 워낙 컸던 탓에 해당 타이틀이 떨어지면 오히려 기업 이미지 제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때문에 액면분할 효과 보다는 향후 장기적으로는 결국 우호적인 업황과 긍정적 펀더멘털이 얼마나 뒷받침 되느냐가 주가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시총 규모나 업종 등을 고려했을 때 액면분할의 장기적인효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 역시 참고해볼 필요가 있는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대장주인 애플과 항셍지수의 대장주인 텐센트 두 종목에서는 액면분할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더욱 큰 폭의 상승세가 관찰됐다”고 만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이는 단기적으로는 액면분할로 인한 유동성 증가 효과가 작용했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 우호적인 업황과 긍정적 펀더멘털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중장기적인 주가의 방향 역시 유동성 증가가 아닌 업황 및 기업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