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 이익을 거둔 증권사들이 올해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기대감이 더해진 증시 활황에 힘입어 특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선전하면서 올해 1분기부터 또 다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각 사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 조웅기)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146억 원, 당기순이익 2,00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82%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에 밀려 내려갔던 미래에셋대우가 다시 1위 증권사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부터 전 부문에 나타나기 시작한 합병시너지 효과로 부문별 고른 성장세와 안정적 수익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주식시장 거래대금과 고객자산 증가에 따른 위탁매매 수익 증대, 자산관리 성장세 지속, 자기자본을 활용한 IB, 투자수익, 해외현지법인 수익 증가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모두 50%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단기금융업 인가 1호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은 사상 처음으로 1,500억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함박 웃음 지었다.
올해 1분기 최대영업이익이 2,065억 원으로 전년비 22.1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6.29% 성장한 1,513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분기 기록을 다시 썼다.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에 힘입어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14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브로커리지 수수료에 의존하던 리테일 부문 수익구조를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AM) 모델로 개편했다”며 “금융상품 판매 잔고와 고액자산가 고객수 증가율이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대표 구성훈)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41.3% 증가한 1,801억 원을 기록해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326억 원으로 137.5% 증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WM사업의 강력한 경쟁우위 지속 유지한 점과 영업 전 부문의 균형성장 달성한 것이 주효했다”며 “주식중개 활성화로 인한 순수탁수수료 증가와 더불어 펀드와 ELS, 랩 등의 판매 호조로 인한 금융상품 예탁자산 증가, IPO/M&A 실적 확대로 인한 인수 및 자문수수료 증가 등 전사 각 부문이 고르게 양호한 성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긴 했지만 삼성증권 현재 마냥 기쁨을 누릴 수는 없는 처지다. 지난달 6일 사상 최악의 배당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
고강도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삼성증권의 향후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뿐 단기금융업 인가도 사실상 연내 추진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도 올 1분기에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7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4.9% 늘어난 1,283억 원으로 기록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 이후 반 년 만에 나타나는 발행어음 '2호' 사업자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 동안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목을 잡아온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이달 중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사상 첫 분기 1,000억 원 돌파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034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메리츠종금이 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1,0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등 계절적 요인으로 통상 1분기는 분기 실적이 상대적 열위에 있었지만 올해에는 리테일, 트레이딩 등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기록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신한금융투자 970억 원(111.0%), 키움증권 874억 원(44.0%), 하나금융투자 419억 원(179.3%) 등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HMC증권에서 현대차투자증권으로, 그리고 올해 다시 현대차증권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 중인 현대차투자증권도 실적이 급증세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전년 동기대비 각각 81.6%, 61.3% 증가했다.
현대차투자증권 재경실장 김택규 전무는“1분기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IB를 비롯, 거래 대금이 늘어나면서 리테일 부문 실적 개선 등 전부문이 고르게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모든 증권사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만은 아니다. 대형사 중 KB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819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4.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70억 원으로 8.93% 하락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협업 확대와 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실적 및 자산관리수익은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인력이 늘어나면서 판관비 상승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