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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보다 못한 아우 '소비자분쟁해결기준'?
형보다 못한 아우 '소비자분쟁해결기준'?
  • 범영수 기자
  • 승인 2013.01.0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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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형이 일반적으론 동생보다는 나을것이라는 뜻에서 나온 얘기다.

그러나 최소한 제도에서 만큼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법령이 먼저 제정된 법령보다는 못해서는 안될 일이다.

최근 본지에 접수된 제보와 관련된 취재를 하던 중 기자는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사상누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준이 소비자 문제에 대해서 그 어떤 법령보다 소비자보호에 충실해야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충남 아산시 은봉면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석 달 전 '다나와PC'라는 업체를 통해 컴퓨터를 구입했다.

하지만 새로 구입한 컴퓨터는 부팅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고, 다나와PC에서는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라면서 이 씨 스스로 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씨는 자비를 털어 포맷을 했지만 증상은 여전했고 3차례나 이를 반복하다 못해 다시 다나와PC에 연락을 했다.

다나와PC에서는 “우리가 검사를 해 보겠다”면서 컴퓨터를 가져갔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본지가 관련법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의하면 한 달이상 수리가 지체될 경우 교환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8조 2항 별표1 관련, 1호 '나'목을 보면 '소비자가 수리를 의뢰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사업자가 수리된 물품 등을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할 경우 품질보증기간이 지났을 때에는 구입가를 기준으로 정액 감가상각한 금액에 100분의 10을 더하여 환급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공산품관련 항목에서는 부품보유기간 이내에 수리용 부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발생한 피해의 경우 품질보증기간 이내라면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고,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한 후라면 정액감가상각한 잔여 금액에 구입가의 5%를 가산해 환급하도록 돼 있다.

이들 규정에 따르면 이 씨의 경우 단순히 수리가 지체된 경우에는 감가상각한 금액에서 10%를 더한 금액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더 흐른후 부품이 없어 못 고친다는 결론이 난다면 구입가의 10%가 아닌 5% 보상으로 보상수위가 되레 낮아진다.

즉 상황은 악화됐는데 보상 금액은 줄어드는 이상한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8조2항 별표1 관련 1호 '다'목 에서는 유상수리후 2개월내 같은 고장이 난다면 무상수리라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의 자동차정비업에서는 3년 또는 6만km이상 탄차에 대해 정비 잘못으로 해당부위나 관련부위에 또 하자가 발생할 경우 한달동안만 무상수리라고 돼있다.

즉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유상수리부분이 2개월내 또 고장난다면 무상수리가 가능한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오래된 차는 유상수리부분이 1개월내 고장날 경우에만 무상수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밖에도 자동차 하자가 있을때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교환 또는 환불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예컨대 새차라 하더라도 한달이 지났다면 주행 안전상의 하자로 3회 고치고 4회째 또 같은 고장이 나야만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민법 제581조2항에 의하면 한번만 고장나더라도 새 차 하자인 이상 6개월내에는 교환 요구가 가능하다. 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민법보다도 훨씬 못한 소비자보호 규정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물론 민법은 법률이고 소비자기본법은 대통령령으로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상위에 있으므로 민법과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사실상 일선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많이 원용되고 있는게 현실인데 이처럼 모순을 안고 있다면 이는 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속히 시정돼야할 것이다.

기자가 취재를 한 결과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기자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만들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냐”고 묻자 한국소비자원은 “그랬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은 “이것이 불공정한 조항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민원을 접수하라”고 말해 그리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소비자를 보호해야할 규정들과 기관들이 튼튼한 토대 위에서 바로서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들이 나온다 하더라도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어려워 관계기관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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