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 소재 중고차 매매매단지에서 허위매물 등 피해가 잇따라 소비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독 당국인 부천시는 계속되는 민원 제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천시 자동차관리과에 따르면 이곳엔 중고차 매매와 관련된 구두 민원만 한 달에 20~30건 가량이 접수된다. 인터넷을 통해 접수돼 지난 한 해 부천시에서 처리한 것만도 총 90여 건에 이른다.
부천시 관계자는 "부천 중고차 매매단지는 전국 최대 규모로 하루 150~200대 가량의 차량이전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민원이 제기되는 것도 그중 절반 가까이 된다"고 전했다.
특히 하자 사실을 숨기고 차량을 판매하거나,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
본지에도 이와 관련한 제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10일부터 본지에 제보된 부천 중고차 관련 제보는 총 네 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두 건은 판매자와의 연락이 두절돼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 테라모터스, 대형 사고 사실 숨기고 중고차 판매 후 연락두절
지난 29일 부천시 오정구 주민 김모 씨는 오토프라자 내 '테라모터스' 중개인에게 2010년식 슈퍼 렉스턴을 구입했다. 성능상태 점검 기록까지 모두 확인, 무사고차량이라는 확신이 들자 구매키로 했다.
김 씨가 계약서를 작성하던 도중, 중개인이 성능·상태 점검 보증서에 서명을 요청했다. 이 보증서에는 계약 전 확인했던 것과 달리 사고 사실이 기록돼 있었고 김 씨는 즉각 항의했다. 하지만 "가벼운 판금과 용접만 한 것"이라는 중개인의 해명에 그는 일단 믿고 차를 구매했다.
다음 날 차를 주행하던 김 씨는 차가 중앙분리대에 가까워지자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다가 차가 마음대로 조작되지 않고 차선을 넘어, 뒤에 오던 화물차에 거의 부딪칠 뻔했다. 이를 피하려 반대로 살짝 핸들을 돌리자 차는 중앙분리대로 돌진했다. "심장이 멎을 뻔했다"는 그는 그 후 속도를 줄이고 맨우측 차선으로 주행해 무사히 출근했다.
미심쩍은 마음에 보험조회를 해보니 차량에서 100만원 정도의 보험처리 흔적이 발견됐다. 매매상사에 교환을 요청하자 "실제 차주인이 교환을 거부한다"고 미루다 "쌍용자동차 정비소에서 견적을 받아 오면 100% 교환해주겠다"고 해 정비소를 찾았다.
정비소에서는 차량 이력을 조회해보고는 "대형 사고가 나 폐차했던 차량"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이후 김 씨는 중개인에게 항의했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나중에는 아예 연락이 두절됐다.
"대형사고가 난 이력이 있는 차였다면 절대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씨는 하소연 하고 있다.
◆우주모터스, 미등록 중개인이 바가지 요금 씌우고 잠적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김모 씨는 우주모터스에서 2001년식 옵티마 차량을 구매했다. 차값 430만원에 매매수수료 명목으로 10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말에 총 530만원을 지불했다.
다음 날 엔진오일이 없어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수리를 맡긴 김 씨는 라디에이터까지 터져 물이 새는 것을 알게 됐고, 차를 살 때는 몰랐던 외관상 하자도 발견했다. 그는 중개인에게 항의했지만, 중개인은 "정비업체에서 수리를 받으면 된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정비소측은 "매매상에 말하라"며 총 26만원을 청구했다.
김 씨는 그제야 터무니 없는 값에 하자 있는 차량을 구입했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하며, 거래 당시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성능·상태 점검 내역서와 계약서, 영수증을 건네줄 것을 매매상에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했다. 이후에는 아예 이들과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본지가 접수된 제보건에 대해 한국 자동차진단보증협회에 성능·상태 점검여부를 조회한 결과 김 씨의 차량은 점검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처음에 업체측에서 보여줬던 성능·상태 점검 내역서는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천시는 이 차량이 "인천에서 거래된 차량"이라며 "해당 중개인들은 부천관내에서 매매 종사원증을 발부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등록 중개인들이 김 씨를 속여 차량을 판매한 것.
중개인들의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씨는 현재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하고 있다.
◆ 자동차 관리법 위반 때는 행정처분 가능
부천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자동차 관리법을 위반했다면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민원의 70% 이상은 자동차관리법과 관련 없는 당사자간의 분쟁"이라며 "이 때 시에서는 중재를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업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사면서 새 차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체와의 중재가 실패할 경우 소비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부천시는 "등록된 업자들이라면 필요할 경우 얼마든지 소재파악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 참고)
자동차관리법 제58조1항에는 "자동차매매업자가 자동차를 매도 또는 매매의 알선을 하는 경우에는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그 자동차의 매수인에게 서면으로 고지하여야 한다.…1. 해당 자동차의 구조·장치 등의 성능·상태를 점검한 내용"이라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같은 법률 제58조의3 1항에는 "자동차매매업자가 자동차 매매를 알선할 때에 제58조제1항 각 호의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고지함으로써 자동차 매수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만약 58조1항을 위배해 자동차의 구조·장치 등의 성능·상태를 점검한 내용 또는 압류 및 저당권의 등록 여부를 고지하지 않거나 자동차의 구조·장치 등의 성능·상태를 거짓으로 점검하거나 고지한 자 또는 압류·저당권의 등록 여부를 거짓으로 고지한 자는 자동차 관리법 제 80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한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보증기간 이내에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기재된 내용과 자동차의 실제 성능․상태가 다르거나 하자가 발생한 경우 또는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무상 수리 또는 수리비를 보상해야 한다.
보증기간은 30일 또는 2천km이지만 약정이 그보다 길 때는 약정에 의한다.
업체측에서 수리를 거부한다면 내용증명을 보내 1차적으로 수리를 요구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우선 자비를 들여 수리를 한 후 수리비 반환을 요구하는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해 간단히 수리비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소액사건심판법은 2천만원 이하 소액(현금 또는 대체물 유가증권만 해당하므로 수리요구는 해당되지 않으며 수리비 요구만 소송 가능)이 그 대상이다.
인지대는 소가의 1만분의 50(즉 0.5%. 따라서 200만원일 경우 인지대는 1만원임)이며 송달료 10회분을 내게 되는데 1회 송달료가 지난해 11월기준 3,060원이므로 총 3만600원이 든다.(민사소송등 인지법 제2조1항, 정부 고시 '국내통상 우편요금 및 우편이용에 관한 수수료')
소액사건심판은 구두로도 소송제기가 가능하며 변론기일은 원칙적으로 1회이다. 법원의 허락없이도 가족이 소송대리인으로 참가할 수 있지만 본인의 위임장과 신분증등이 필요하다.
만약 상대방이 패소하게 되면 패소비율에 따라 인지대 송달료를 반환받을 가능성이 높다.(민사소송법 제98조)
만약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정한 30일을 넘겨서 이의를 제기했다면 이 기준에 의해서는 배상이 어렵더라도 민법 제581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규정에 의해서는 역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법 581조1항 규정에 따르면 매매 목적물인 자동차에 하자가 있어 운행목적을 달성할수 없으면 계약해제, 운행목적을 달성할수 있으면 손해배상만 청구 가능하다.
또한 같은 조문 제2항 규정에 따르면 계약해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대신 완전물 급부청구권을 행사할수 있다. 즉 동일한 품목의 자동차로 교환할 수 있다. 이 권리는 하자를 안날로부터 6개월내에 행사가 가능하다.
소비자는 우선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을 보내 1차적으로 권리를 요구한 후, 계약해제나 완전물급부청구권은 일반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은 금전이므로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해 법적절차를 진행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