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보도 골자는 ‘3월15일 소비자 권리일’을 맞아 CCTV가 애플의 애프터서비스 태도와 폭스바겐의 변속기 불량을 공공연하게 비판했다는 것인데, 이 방송이 나간 뒤 증시가 움찔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는 사실이 자못 놀라웠다.
단순한 힘겨루기처럼 언뜻 보일지라도, 이 상황엔 몇 가지 역학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 애플, 초국가적 권력의 총체
CCTV는 애플이 세계적 기업으로 중국에서 많은 제품을 판매하지만 일단 팔고 난 뒤 AS 문제에선 국가 간 차별을 둔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애플이라는 글로벌 기업과 국영방송의 관계다.
애플社의 존재는 미국이라는 강대국과 대기업의 결합체다. 미국은 모든 세계분쟁과 민족문제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또한 그들의 대기업, 특히 글로벌 기업의 위력은 국경을 초월한다.
‘애플의 파워’가 도처에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별로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 백인 우월주의, 또는 유럽 중심주의에 근거한 민족 차별은 세계 도처에서 횡행하고 있으며 애플의 존재와 위상을 모르면 ‘간첩’인, 스마트폰의 세상이니.
그런 애플이 중국 방송사의 보도 한 편에 쫄았다고?
◆ 국영방송 역할 생각해보기
세계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걸 논외로 하기 부담스럽지만 일단 차치하겠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국영-방송의 태도다. 국영방송, 또는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는 공익성에 있다. 따라서 ‘공공의 이익증진을 위해 텔레비전을 통해 사실을 보도하는 독립된 언론기관’이 방송사이며, 국가차원에서 그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번 사건이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초거대 권력인 글로벌 기업들이 취한 오만한 행태에 정곡을 찌를 수 있게끔 국가차원에서 ‘직접 공격권’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CCTV는 공영방송의 본분을 다했을 뿐이고, 방송 경영주체인 중국 정부 또한 상식을 지켰을 뿐이다.
◆ 당연한 것도 쉬쉬, 소비자 자력갱생을 권하는 한국사회
이 상식이 한국에서도 통할까?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몇몇 채널에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있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에서 직접적으로 대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봉’ 취급한다고 지적하는 장면을 접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이유는 뻔하다. 사실상 대기업을 정점(?)으로 금권 서열화된 한국 사회에서 광고로 연명(?)해야 하는 언론이 대기업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당국에 신고하고, 포털게시판에 사연 퍼뜨리고, 좀 더 관심 가져서 본지에 제보도 하고... 이 모든 것은 소비자 개인의 몫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에 관한한, 방송사들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 균형잡힌 사회, 그 쉽고도 어려운 '상식'
선거 공약을 두고 옥신각신하던 지난해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한국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경제 민주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민주주의에 대한 거창한 정의 말고, 최소한의 경계를 그어보자면, '각 주체의 감시와 견제가 활발해서 균형잡힌 사회' 아닐까 싶다. 이 최소 조건 하에서, 경제 민주화란 각 경제주체가 가진 힘의 고른 작용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일한 만큼 벌고, 돈 쓴 만큼 정당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사회. 이토록 간결할 수 있단 말인가. 왜 지켜지지 않는지 의문이지만.<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