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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면 배우의 독백이 나온다. 분명히 말은 하는데 아무도 듣지 못한다. 극에서 주로 주인공이 속마음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기자는 최근 한 시중은행 대표의 직원은 아무도 모르는데 혼자만 열연한 슬픈 독백을 봤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지난 1일 서울 태평로 본점 대강당에서 임직원 280명이 모인 자리에서 고객을 섬기는 자세로 경영을 하겠다며 10대 금융소비자 원칙을 발표했다.
아울러 매달 1일을 소비자의 날로 정해 실천의지를 다지고 부지점급 이상을 민원책임자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는 발빠르게 다음달 1일 신한은행 소비자의 날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홍보팀에 연락을 했으나 뜻밖에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한은행 홍보팀 직원은 매달 1일이 소비자의 날이라는 것을 몰랐다.
전화기 너머로 “우리 1일이 소비자의 날이야?” 하는 대화가 들렸으나 상대방도 모르는 듯 했다.
대화를 끝낸 직원은 다시 기자에게 “언론홍보 담당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핑계를 댔다.
네이버에 ‘신한은행 소비자의 날’을 검색하면 40개가 넘는 기사가 나온다. 이 정도로 많은 기사가 쏟아졌으면 경쟁사(?)인 국민은행 홍보팀도 알겠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 기업의 대표가 임직원 280명을 모아놓고 ‘소비자 경영’을 강조 했다는데 정작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직원들이 모른다니 이 행사가 영화 기자시사회처럼 고객유치를 위한 쇼가 아니었나 의심이 든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와 맞물려 신한은행은 새 정부에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사이 주인공인 소비자는 이름만 빌려주는 ‘명의도용’을 당하고 버려졌다.
매달 1일 소비자의 날 아니어도 된다. 그저 소비자를 갖고 노는 보도자료는 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