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BS TV프로그램 ‘힐링캠프 -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또다시 화제가 된 신경숙 작가. 가난한 여공으로 야간 학교를 다니며 작가의 꿈을 키우던 한 소녀는 이제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 작가다.
작가는 한국일보문학상(1993),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1993), 현대문학상(1995), 만해문학상(1996), 동인문학상(1997), 한국소설문학상(2000), 21세기문학상(2000), 이상문학상(2001)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서정적 문체와 섬세한 묘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신경숙의 작품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지음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된다.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 어머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추리소설 같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소설은 각 장마다 딸, 아버지, 큰아들, 엄마로 화자가 바뀌면서 잃어버린 엄마에 대한 추억을 복원한다. 그들에게 엄마는 무한정한 사랑을 주는, 그래야만 하는 존재다. 그들은 비로소 엄마가 실종됨으로써 무심코 무시해왔던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엄마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각 장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모놀로그를 보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지닌다. 각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어머니의 상은 각각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연결되고 스며들어 탁월한 모자이크화로 완성된다.
이 작품은 2008년 11월에 출간돼 10개월 만에 100만부가 팔리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명실상부한 작가의 대표작이자 2000년대 한국 문단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에 번역된 소설이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베스트셀러 집계 결과 21위에 머물기도 했으며 현재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 번역됐다. ‘엄마를 부탁해’는 문학 평론가들에게 ‘신경숙 문학의 소설적 결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창비. 299쪽. 12000원
- ‘외딴 방’ / 신경숙 지음

제 11회 만해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신경숙 작가의 자전적 장편소설로 이 작품은 ‘신경숙 문학의 시원’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드러내놓길 꺼려왔던, 그러나 언젠가는 기필코 말해야만 했던 유년과 성년 사이의 공백기인 열여섯에서 스무 살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가의 꿈을 키워나가는 소녀 신경숙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신경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외딴방’ 이전 작품에서 다뤘던 농촌 공동체에서 벗어나 복잡한 대도시를 다뤘다는 점이 괄목할만 하며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작품의 전면에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역시 이 작품의 독특한 점으로 이러한 새로운 기법은 작품의 진정성을 높여준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한 작가의 미화된 과거 한 시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존재증명을 위해 자신에게 허락된 유일한 방식인 글쓰기를 통해 온힘을 다해 싸우는 한 영혼을 만나게 된다. 문학동네. 454쪽. 12000원.
-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지음

‘풍금이 있던 자리’는 단편소설집으로 표제 외에 ‘직녀들’, ‘멀어지는 산’, ‘그 여자의 이미지’ 등 9편을 싣고 있다. 93년 나왔던 단편묶음집으로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한 여성 문학의 초입에 위치하는 작품으로 지금의 신경숙이 있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2003년 개정판이 나왔다. 문학과 지성사, 304쪽,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