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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협동조합으로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하는 조직이다.(출처 = 한국의료생협연합회) |
[소비자고발신문 = 윤초롬 기자] 의료의 본질적 욕구는 건강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료시스템은 질병이 생기고 난 이후의 '치료'에 치중되어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상업화된 의료시장은 약물남용과 과잉진료,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서비스 차별화와 같은 폐해를 낳았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공공의료마저도 실질적으로 주민의 참여를 배제한 채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협소한 지역에는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대안의료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협동조합으로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하는 조직이다.
의료생협은 기본적으로 “환자는 투병의 주체자이며 의료인은 환자를 치유의 길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환자는 이윤추구나 지도의 대상이 아니라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가운데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한 환자권리장전을 준수하며 치료가 아닌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의료생협의 가장 주축이 되는 사업은 주치의 제도이다.
이에 조합원과 그 가족들은 상시 주치의와 건강문제나 의료문제에 대해 부담없이 상담할 수 있다. 주치의는 단발성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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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생협은 지역주민의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한다 (출처 = 한국의료생협연합회) |
또한 체조교실, 금연교실 등을 운영해 조합원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소모임을 만들어 조합원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이밖에도 저소득층, 독거노인, 만성질환자 등을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 간병, 통원 보조 등 자원봉사를 지원한다.
의료생협은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조합원들이 함께 나아갈 바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운영에 동참하는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의료생협은 1994년 설립된 안성의료생협이다.
안성의료생협은 1987년 연세대 의대 기독학생회가 의료환경이 열악한 안성 주민들을 위해 주말마다 무료진료를 해준 것에서 비롯했다. 7년간 꾸준히 무료진료활동을 하던 이들은 자발적인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깨달은 지연주민과 협동해 의료생협을 만들었다.
현재 안성의료생협은 국내 의료생협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조합원이 5000여 가구에 이르며 치과, 한의원을 포함한 총 6개의 진료소와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안성의료생협 관계자는 “투명한 운영, 민주적 정치,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도모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지금의 성공적인 의료생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료생협연합회 관계자는 “의료생협이 일반 병원과 다른 점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대표기구를 통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때문에 영리 추구가 목적이 되지 않고 병원의 주인인 조합원을 위한 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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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생협의 서비스는 조합원과 그 가족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누릴 수 있다. (출처 = 한국의료생협연합회) |
그러나 모든 의료생협이 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 수의 의료생협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
치료가 아닌 예방 목적의 의료생협은 일반 병원에 비해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어 적자 경영을 하는 의료생협이 많은 것이다.
또한 의료생협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은 일반병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고 많은 시간을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위해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일할 의료인을 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더불어 최근에는 의료생협을 빙자한 사무장 병원이 개설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사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의 자격을 갖춰야만 개설할 수 있는데 병의원 개설 자격이 없는 사무장들이 의료생협법을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유사 의료생협은 이름은 의료생협이지만 이익을 위해 운영되며 진료비 부당청구, 무자격자 의료행위, 유통기한 경과 의약품 사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의료생협은 현대 다양한 위기에 봉착한 의료시장에서 새로운 개혁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생협의 조합원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역의 의료생협에 기본 1만 원에서 3만 원 정도 하는 출자금 1구좌를 내면 조합원으로 가입된다.
의료생협의 다양한 서비스는 조합원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누릴 수 있으며 출자금은 조합을 탈퇴할 경우 환불받을 수 있다.